Tiny Hand DEEZ

 수요일부터는 아무 약속도 잡지 않았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a4용지에 코 박고 수학 문제만 풀고 있다. 필기구 잡는 손가락이 완전 아작날 것 같다. 고작 며칠 만에 굳은살도 제대로 박혔다. 계절학기 4주와 3주는 차이가 꽤 큰 것 같다. 강의 듣고 과제만 죽어라 하는데도 하루가 삭제된다. 그리고 계절학기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틀 뒤가 중간고사다.

 

 지금 내가 수강 중인 공학수학I은 우리 과가 아니라, 전자과 개설 수업이어서 그런지 왠지 더 빡센 느낌이다. 교수님께서 자꾸만 전자과는 ㅇㅇ과목에서 ㅁㅁ공식을 이미 많이 쓰고 있죠~~ 자 그 공식을 써보면 어쩌구가 나오죠. 이러시는데 그 ㅁㅁ공식이 대부분 대학수학I, 대학수학II, 선형대수에서 배우는 것들이다. 근데 난 고등수학조차 가물가물했기 때문에 처음에 저것들을 문제풀이의 베이스로 까는 것을 보고 겁을 먹었다. 역삼각함수랑 쌍곡선함수 미적분... 생각도 안 나는데 그걸 당연하게 사용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니. 근데 가면 갈수록 더 심해졌다. 오일러 공식이니 론스키안이니 행렬식이니... 수학과 담을 쌓은 나에겐 너무 생소한 걸 교수님께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시면서 문제풀이를 하셨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르는 건 내가 따로 더 찾아보고 문제풀이를 많이 하니까 익숙해졌다. 그런데 그렇게 기본으로 깔고 가는 공식들 말고, 순수하게 공수에서만 배우는 내용들이 꽤 복잡해서 다 소화하려니까 조금 버겁긴 하다. 인강은 약 1시간짜리 영상이 하루에 2개씩 올라온다. 교수님 말씀이 너무 빠르셔서, 그리고 수학은 호로록 듣기만 해서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강의자료가 있지만) 내 노트에 따로 필기를 하면서 들으니까 그날의 인강을 다 듣는 데에만 약 5시간이 걸린다. 인강 들은 후부터 남는 시간은 다 과제하는 시간.

 

 그렇다. 종강 후 친구 두 명밖에 못 만나고 난 또 다시 시험기간 모드로 살고 있다. 이번 계절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을 듣는 사람들도 모두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3주 만에 끝나는 건 좋은데 삶의 질이 꽤 떨어져서... 3주 vs 4주? 못 고르겠다. 그냥 계절수업 자체가 내 인생에 굉장히 해롭다. 나도 계절학기 안 듣는 삶을 좀 살아보고 싶다. 망할 컴학 쓸데없이 졸업학점만 높아가지고. 이번에 6학점 듣는 분들 진짜 존경한다.

 

 얘는 어제 먹은 존맛탱 연어 샐러드. 집에만 있었더니 이런 게 너무 먹고 싶었다. 양도 많고 구성도 알차고 간만에 연어 먹으니까 진짜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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