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일상의 편린

중고 수린이

2022. 10. 2. 02:09

  수력 도합 N개월  

 

얼마 안 되는 수영 인생 주절주절.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지금은 사라진) 부산의 아시아드 스포츠 클럽이 상록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셔틀버스를 타고 수영 강습을 다니면서 몇 개월간 접배평자를 다 배웠다. 수심보다 키가 작았던 9살의 나는 물속에 가만히 서면 머리 끝까지 잠겼기 때문에 숨을 쉬려고 물속을 콩콩 뛰어다녀야 했다.

 

그리고 10년쯤 지난 2018년 1월, 갓 스물의 나이에 주영이랑 같이 아시아드 수영장 초급반에 등록했다. 말이 초급이지 사실은 다른 영법은 모두 할 줄 안다는 가정 하에 접영만 새로 배우는 반이었다. 이때의 우린 그저 어리다는 이유로 같은 반 이모님들께 예쁨을 잔뜩 받으며 ★아시아드 공주★라는 호칭을 얻었다! 딱 한 달 다녔지만 쌤도 회원님들도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다.

 

그해 8월에도 주영이랑 아시아드 초급반을 등록했는데 이땐 반 분위기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쌤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건지 마는 건지 알쏭달쏭했고 회원님들과도 데면데면했던 기억... 하지만 열심히 수영하고 체력을 길러 이달 내내 부산 곳곳을 잘도 돌아다녔지.

 

2019년 7월엔 대구 그린스포츠 수영장에 상현이랑 같이 쉬엄쉬엄 강도 낮은 수영을 하러 다녔다. 배영을 배우는 반이어서 나랑 진도가 안 맞고 조금 답답했다. 하지만 또래 회원들이 많아서 활기차고 재밌긴 했다. 곧이어 8월엔 다시 부산 아시아드로 돌아와서 중고급반에 들어가 낯익은 이모님들 몇 분과 함께 빡센 뺑뺑이를 돌았다. 빡수하고 쌤도 좋았는데 월말에 내가 면도날에 손가락을 베는 바람에 일주일은 수영을 못 가고 그대로 날려먹었다.

 

 

 

 

  3년만에 다시 수영  

 

코로나 시국으로 접어들고 아시아드 건물 자체가 사라지면서 한동안 수영장 문턱도 못 밟아봤다. 그러다가 올해 9월! 학교 근처 동부여성문화회관에서 여성 회원들만 받는 수영 강습 신청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수영하는 거라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갔는데 웬걸, 시설도 아주 깔끔하고 반 분위기도 좋다. 첫날부터 잘 웃는 인사봇이 되었더니 아주머님들이 넘 예뻐해주시고 잘 챙겨주신다. 얼마 전엔 한 이모님께 번호도 따여서 수영 단톡에 초대되었다. 🤭

 

수영장마다 반 명칭과 레벨이 달라서 강습 진도를 기준으로 설명해야겠다. 동부여성문화회관에서 내가 등록한 반은 화목 상급반이고 이제 갓 평영을 배우는 반이다. 어린이 시절부터 평영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 강사님께 잘한다고 칭찬도 받고 이모님들이 평영 잘하는 나를 부러워하신다. 그리고 강습 후 자유수영 때마다 나한테 시범 좀 보여달라고 하신다. ㅋㅋㅋ 부끄럽고 민망한데 기분 좋다.

 

9월 첫날엔 눈치를 보며 중간쯤에 줄을 섰다가 이모님들이 잘한다고 날 앞쪽으로 밀어서 3번에 서게 됐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내가 배영할 때 자꾸 앞 사람을 따라잡아 발을 터치하는 바람에 지금은 1번으로 쫓겨났다(?). 1번은 뭐랄까...! 대체로 속도가 제일 빠르고 잘하는 사람이 서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만 부담스럽기도 한,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자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들 강사님 목소리(ex. 자유형 25m, 평영 발차기 25m 출발~)를 못 들으면 1번이 하는 영법을 보고 얼레벌레 따라하기 때문에 1번은 강사님의 지시를 잘 듣기 위해 항상 귀를 쫑긋거리고 있어야 한다. 1번의 막중한 무게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10월엔 나보다 더 빠른 뉴페이스가 등장하면 좋겠다.

 

일기에선 아주머니, 이모라고 적지만 실제론 언니라고 부른다...! 수영장에선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도 언니, 할머님도 언니, 다들 나한텐 무조건 왕언니다! 예쁨 받는 비결 중 하나일지도...? 대부분 40~60대이지만 같은 레인에 귀하디 귀한 또래 수친도 2명 정도 있다. 첫날부터 스몰토크를 하고 머리끈도 빌려주며 꽤 친해진 것 같다. 다들 10월에도 등록했다고 해서 계속 볼 수 있겠다.

 

 

 

 

  느닷없는 장비질  

 

과거에 나는 분명 단벌 신사였다...

장비 욕심 없이 딱 수영만 사랑했던 순수했던 시절~

수경도 하나, 수모도 하나, 수영복도 당연히 하나였다.

그때 입었던 수영복이 뭐였냐면

 

이거였는데 이번에 다시 수영하려고 꺼내보니

오래되어서 삭은 건지 아님 그저 많이 입어서 닳은 건지

수영복 안쪽 천이 허옇게 일어나서

가루처럼 떨어지려고 하는 거다.

 

그대로 입고 다닌다면 수영장에 너무나 민폐인 것,,

그래서 발견하자마자 바로 버리고 새 수영복을 장만하면서

다른 것들도 이것저것 사들이기 시작했다...!

 

 

수영복 사는 김에 어울리는 수경을 쓰자며

갖고 싶었던 논패킹 수경을 냅다 구매했다.

지금까지 패킹만 써봐서 논패킹은 어떨지 궁금했다.

품명은 미즈노 엑셀아이 06 클리어 루비 (일명 나쁜눈)

 

 

원래 달려있던 고무 수경끈은 떼 버리고

수제 수경끈을 사서 달았다 ^~^

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해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도 있고

수제 수경끈의 세계도 무궁무진하던데

이건 차차 이야기해보기로 하고...

 

논패킹을 처음 쓴 날 수경에 물이 들어와서 당황했다.

그래도 수제 수경끈으로 교체해둔 덕분에

끈 길이 조절을 빠르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친 김에 후그 말랑이 수경 케이스도 샀다. ^^V

실리콘이라 수경 알에 기스 날 일 없고

이렇게 수경을 넣어서 달랑달랑 들고 다니면 아주 귀엽다.

 

 

해진 수영복을 갖다 버리고 산 첫 수영복!

배럴 우먼 리플랙션 아쿠아 브릿지백 스트랩 스윔슈트 XS

미친 이름 좀 짧게 지어라 기억 안 나서 찾아보고 왔네...

신세계 동대구점 배럴 매장에서 입어보고 샀다.

 

 

반짝반짝 광택감이 쩔어준다.

근데 또 막상 물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튀진 않는다.

입으면 인어가 된 기분이 든다.

 

 

얼마 전에 지른 두 번째 물옷과 수모~

 

 

르망고 트위드 자켓 스카이라이트 XS

재고가 없어서 존버 탔는데 이번에 재입고된 아이다!

수영코디몰 추석 20퍼센트 할인 쿠폰 먹여서 샀다.

 

 

배럴 리플랙션이랑은 다른 느낌으로 반짝거린다.

펄 존재감이 뿜뿜하는데 부담스럽지 않게 화려하다.

 

 

여쿨라인 나한테 찰떡인 듯 ㅎㅎ

처음 입고 간 날 어디서 샀냐며 이모님들 반응이 핫했다.

우리 반 회원님들 죄다 검은색 수영복인데 나만 이러고 다닌다. ㅋㅋㅋㅋ

 

 

내 수영 가방!

이건 어릴 때부터 쓰던 거다.

후그가 아니라 723후그라고 적힌 것만 봐도

아주 옛날 가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회원 카드랑 키링 두 개를 달고 다닌다.

 

 

파란 부분은 모두 방수 소재인데

손잡이를 잡고 들었을 때 바닥만 매쉬로 되어있어서

가방 안쪽 물은 잘 빠지지만 옷에는 절대 물이 묻지 않는다!

 

 

회원 카드를 가방에 달고 다니고 싶어서

이렇게 생긴 투명 카드집(?)을 한참 찾아 다녔고

무인양품에 딱 내가 원하는 게 있었다.

양면이라 앞엔 회원 카드를, 뒷면엔 머리끈을 넣어 다닌다.

중간 구멍으로 휴지처럼 뽑아 쓰기 좋다.

 

머리끈은 띄엄띄엄 봤다가 잊어버리기 십상이라

이렇게 왕창 들고 다니는 게 좋은 것 같다!

머리끈을 안 가져가면 수모 쓸 때 대참사가 발생한다.

 

 

너어어어무 귀여운 킥판이랑 풀부이 키링

풀부이는 원래 품절이었는데 얼마 전에 재입고돼서

수영 시작하는 배케한테 선물할 것과 같이 구매했다.

 

 

샤워 용품은 공병에 소분해서 매쉬 파우치에 넣어 다닌다.

샤워실에서 할머님들이 예쁘다며 정보를 자주 물어보신다.

내 샤워볼도 진짜 작고 귀여운데 안 찍었네...

무인양품 샤워볼 제일 작은 걸 사서 잘 쓰고 있다.

 

 

브라캡은 1, 2, 3번 다 써봤는데 음...

1번은 가슴선 낮은 수영복 입으면

가끔 수영복 밖으로 까꿍해서 곤란하고

2번은 수영복에 브라캡 고리가 있다면 걸어서 쓰는 건데

걍 입기 개불편해서 하루 써보고 짱박아놨다.

 

3번은 리무브꺼고 수영인들의 유명템이다.

수영복 밖으로 삐져나올 염려 없고 가슴 비침 당연히 없고

무점착인데도 잘 붙어있어서 이걸로 정착했다.

아 근데 당연하게도 볼륨감은 없다 온리 가리개 역할.

 

조만간 갖고 싶은 수영복들도 정리해서 스크랩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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