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2021.08.19.  

 

대구 3일차.

 

내가 오전 시험을 본 날 이후로 생체시계가 돌아와서

자꾸 본의 아니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다 보니

남자친구도 나를 따라 올빼미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덩달아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눈을 번쩍 떴고

우린 평소엔 멀어서 쉬이 갈 마음이 안 들었던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사문진 주막촌에 가보기로 했다.

 

환승을 두어 번 하고 꼬박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곳.

버스에서 내리니 화원나루공원 지도가 보였다.

 

 

사문진 나루터와 화원유원지를 통틀어

화원나루공원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원지고 뭐고 다 필요없고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사문진 주막촌!

멀리까지 술 마시러 왔다 이 말이야~!

酒에 시선을 꽂으면서 주막촌으로 들어갔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사문진 나루터 옆 주막촌.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팽나무 연리지가 우릴 맞았다.

워낙 나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연리지를 많이 보긴 했으나

여태껏 본 것 중에서도 꽤 큰 축에 속했다.

 

 

평일 오전이고 시 외곽이며 아직 영업 시간 전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사문진 주막촌을 가볍게 눈에 담고

우린 주막촌이 오픈할 때까지

사문진 나루터를 구경하기로 했다.

 

 

걷기 좋게 잘 꾸며놓은 사문진 나루터

그리고 의아한 피아노 모형 하나

 

 

한국 첫 피아노!? 그게 뭐지? 하고 넘겼으나

이후에도 사문진 곳곳에서 피아노가 보였다.

왜 그런 건지는 나중에 설명...

 

 

분수 뒤에 보이는 빨노파 천장이 달린 동그란 벤치들이

나중에 우리가 점심을 먹을 곳이다.

 

 

비 소식이 있어서 낮인데도 어두침침한 주막촌

 

 

낙동강 옆 산책로에서 또 보이는 피아노...!

피아노를 하나씩 찾아낼 때마다

사문진과 피아노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우리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나 얘 알아 배추흰나비

동숲에서 많이 봤어

 

 

사문진 곳곳에 이런 art...☆도 있었다.

오빠랑 나는 18년도에 대구예술발전소에 다녀온 이후로

미술 작품을 볼 때마다 흐음,,, aaarrrt는,, 어려워,,,

아아ㅏr트의 세계란 난해하군,,,,

우리의 좁은 식견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

이러고 장난치면서 지나간당ㅎㅋ

 

 

주차장에서 본 특이하고 키 큰 나무

나무 줄기를 어떤 덩굴이 촘촘하게 감싸면서

새빨간 꽃을 피워낸 모양이 정말 독특했다.

나무가 한여름에 후리스를 입은 것 같았달까? 덥겠다...

 

 

화원유원지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보진 않았고

사문진 주차장 둘레만 살짝 걸어봤다.

 

 

새 가방 메고 신난 나

 

 

화원유원지 맛보기(도 아니고 냄새 맡기 정도)

는 여기까지

 

 

점심을 먹으려고 사문진 주막촌으로 돌아왔다!

음식을 주문하고 앉아있었더니 유람선이 지나갔다.

 

 

사문진교와 낙동강

 

 

낙원이 따로 없구나...~~

낙동강과 다리가 보이는 명당 자리에서 즐기는

부추전, 손두부, 잔치국수 그리고 막걸리!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행복한 마음뿐이었다.

 

부추전은 부추전이 아니라 전부추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부추 양이 많아서 씹는 맛이 좋고 마음에 들었다.

부추랑 밀가루 비율이 9:1 정도...?ㅋㅋㅋㅋㅋ

손두부도 맛있었는데 같이 나온 채소 무침이

새콤달콤하니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 손이 갔다.

대구 현풍의 비슬산 생막걸리도 굿 낮술은 행복의 지름길

다들 낮술 외않해?

 

 

사진 찍는데 또 때마침 지나가는 유람선 한 대

 

 

애인이랑 맛있는 것 잔뜩 먹고 자리에서 잠시

기분 좋게 늘어져 있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사문진 나루터에서

유람선도 한 번 타고 가기로 했다!

 

 

사문진 선착장

 

 

표를 사기 위해 승선신고서를 작성합니당

 

 

오랜만에 타보는 유람선

 

 

사문진교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도 돈 후 다시 사문진교쪽으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유람선을 타는 데에 총 40분이 소요된다.

 

 

달성호 탑승!

 

 

탔당

 

 

좀 전까지 우리가 앉아있었던 곳

 

 

달성호 2층으로 올라왔다.

 

 

배가 하나도 울렁거리지 않아서

다행히 멀미는 전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2층으로 올라가길래

처음엔 우리도 2층에 조금 앉아있다가

배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층으로 내려갔다.

 

 

달성호 1층의 뒷편

배가 지나온 물길이 보였다.

 

 

 

 

여긴 배 옆편

 

 

배 앞편에서 찍은 낙동강

 

 

눈에 띄는 정자에 점점 가까워지다가

어느 순간 뱃머리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사문진교쪽으로 다시 간다.

 

 

아ㅋㅋ 배에서 선장 놀이는 못 참지

 

 

1층엔 우리밖에 없어서 아주 쇼를 했다!

 

 

문제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임

 

 

이때까진 빗줄기가 얇아서 괜찮았다.

 

 

하망이를 찍어주면서 깨달았다.

선장님은 저 위쪽에서

우리의 생쇼를 다 지켜보고 계셨겠지?

깔깔..

 

 

카메라 이리 낸하

 

 

사문진교 근처에서 보트 타는 사람도 봤다.

 

 

그리고 왜가리를 정말 많이 봤는데

멀어서 앵글에 잘 잡히지 않았다.

 

 

추억에 흐린 날의 유람선이 더해진

스물셋, 스물넷의 늦여름.

잔잔하게 그러나 힘 있는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져서 1층 안쪽으로 들어왔다.

 

 

배 창문엔 빗줄기가 사선으로 내리꽂혔다.

 

 

그러다 하선할 때쯤엔 그쳐버린 비.

하늘은 개지도 않을 거면서

옅은 비만 뿌렸다 말았다 반복했다.

 

 

낙동강을 따라 달성습지까지 쭉 이어진

데크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헉 남생이 발견!!

 

당시엔 우리가 본 게 거북인지 자라인지도 구분하지 못 했으나

달성습지생태학습관에서 설명을 읽은 후 이때 본 것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토종 민물거북

남생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데크길을 걸으면서 본 달성습지

 

 

걸으면서 조류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초반에 만난 남생이만큼 뇌리에 박힌 생물은 더 없었다.

 

 

멀리 보이는 오르막을 올라가면

달성습지생태학습관이 나오고 데크길이 끝난다.

 

 

신기한 모양의 절벽

 

 

이 절벽의 명칭은 하식애였다.

 

 

다음에 다른 곳에서 또 보게 된다면

과연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인가 하식애..!

 

 

습지 가까이에서 낮게 나는 새 하나

 

 

길이 끝나간다.

 

 

삼각대를 가져갔는데 먹고 타고 구경만 하다 보니

삼각대를 한 번도 펼치지 못했다.

한 번은 써야겠다 싶어서 여기에서 펼쳤당ㅎㅎ

 

 

달성습지생태학습관 도착!

처음부터 여길 가려던 건 아니었는데

갑자기 해가 쨍하게 뜨는 바람에 너무 더워져서

잠시 땀 좀 식히려고 들어갔다가 구경까지 하게 되었다.

 

 

사문진에 피아노가 그렇게 많았던 이유!!

우리나라에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곳이

사문진 나루터였다고 한다!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은데

사문진 근처의 모든 버스 정류장까지

피아노 모양으로 만들어놨더라고...

피아노에 정말 진심인 사문진이었다...

누가 보면 피아노를 발명한 지역이라도 되는 줄 알 듯ㅋㅋㅋ

 

피아노를 처음에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하여

귀신통이라고 불렀던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비 애벌레 구경

 

 

나비체험관에 들어가서 나비도 실컷 봤다.

애들이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서 촬영하기 어려웠다.

 

 

혹시 댁이 노랑나비 되시는지요

 

 

사문진 나루터에서도 봤었던 배추흰나비

 

 

호랑나비가 역시 제일 화려하고 예뻤다!

 

 

옥상에 올라가서 달성습지를 한눈에 담았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간 생태학습관이었지만

달성습지 생물들에 대한 정보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정말 읽기 쉽게 설명해놓아서

우리도 우리가 봤던 게 이거였구나~~ 하며

정보를 쏙쏙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비체험관과 습지 전망대는 덤!

 

 

우리가 걸어왔던 데크길과 달성습지

 

 

저 멀리 강정보 디아크도 보였다.

강정보에 바이크 타러도 또 가고 싶은데 언제 가지!!

연애 초에 가보고 안 갔으니 강정보도 벌써 3년 전이다...

 

 

데크길을 걸어서 다시 나루터로 돌아가려는데

낙동강 위로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었다.

달성군에 누가 우유니 사막 풀어놨어!!

 

 

바람이 멎고 물결이 잔잔해져서

강 위로 하늘의 구름이 그대로 비쳐 보였다.

 

 

나무 한 그루

 

 

보고 또 봐도 너무 예쁜 풍경이었다!

하늘의 반영 덕분에

돌아가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나루터와 가까워지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물결이 생겨서 우유니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우리가 탔었던 달성호

 

 

맑진 않지만 걷기 좋은 날씨를 선사해준 하늘

심심할 뻔한 강 위로 길게 뻗은 사문진교

남생이랑 왜가리를 보여준 낙동강

다 너무너무 좋았던 기억이다.

 

 

주막촌을 한 번 더 돌아본 후 버스를 타러 갔다.

 

곤충 못 보는 사람은 여기서 창 닫기 하십쇼

제가 좋아서 찍은 메뚜기와 노린재가 나옵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본 여치인지 메뚜기인지...

손 뻗었더니 엄청난 점프력으로 저 멀리 뛰어가버렸다.

 

 

어떤 할아버지의 등에 붙어서 버스에 무임승차하더니

지하철 역까지 따라 내려온 노린재...!

끝까지 할아버지를 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웃겼는데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정신을 차려보니 내 옆에 와 있었다.

 

얘를 데리고 지하철을 탈 수는 없어서

역사 내 구석진 곳에 내려주었는데

또 다른 할아버지를 타고 멋진 여정을 떠났을지,,

궁금하네 친구 잘 지내길!

 

 

저녁엔 대우족발을 시켜 먹었다!

맛족발이 너무 매워서 결국

맥주 맛은 제대로 음미하지도 못하고 우유를 소환했다.

불족발도 아닌데 쓰읍거리는 한참 맵찔이인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