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요즘 나의 유일한 낙이 있다면 그건 바로 공부 끝나고 집 밑에서 고양이 구경하기! 우리 아파트 단지엔 고양이가 정말 많이 산다. 주민들이 잘 챙겨주는 건지 애들 상태가 대체로 뽀송하고, 길냥이 치고는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경계심이 적은 편이다. 종류도 각양각색인데 그 중 고등어 태비를 제일 많이 봤다. 치즈 태비나 얼룩이는 적정 거리까진 별 신경을 안 쓰다가도 내가 조금만 가까이 갈라치면 멀리 달아나는데, 고등어 태비는 순둥순둥해서 도망가지도 않고 아파트 단지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서 더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내가 고양이를 보러 가는 때는 주로 밤 11시~12시쯤.

저 시간이 고양이 취침 시간인지 애들이 종종 자고 있다.

인도 한복판이 아주 자기네 집 안방이다.

 

 

다들 지나갈 때 츄르 하나씩 내라

 

 

기절

 

 

정말 자주 보이는 갈색 많이 섞인 고등어 태비

 

 

원두막 터줏대감

 

 

모두 다른 날에 찍어서

고놈이 고놈인지 아니면 다른 놈인지 모르겠다.

비가 조금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분 날이었는데

얘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자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는 냥이들

 

 

계단 사용료 참치 한 캔

 

 

계단은 진짜 치즈 허락 없인 못 지나감ㅠ

 

 

오늘은 고양이가 안 보인다 싶으면

키 작은 나무 뒤 흙이 깔린 곳을 찾아보면 100% 확률로 있다.

 

 

얘는 지나가던 주민분이 '아롱'이라고 부르시던 녀석.

그분이 쓰다듬어도 애옹 소리만 내고 가만히 있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애들이 평소에 있던 자리에 없고, 치즈랑 얼룩이가 지붕이 있는 원두막 벤치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빙빙 돌며 산책하면서 원두막 고양이들을 구경하다가, 오늘은 얘네랑 좀 친해져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고양이 간식을 가지고 다시 내려왔다. 얼룩이는 정말 경계가 심했다. 바닥에 간식을 짜줬더니 나를 노려보기만 해서 내가 뒤로 많이 물러나니까 먹기 시작했다. 귀를 뒤로 바짝 붙이고, 한 발을 빼고 언제라도 도망갈 태세로 불편하게.

 

 치즈한텐 간식을 들이대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얼룩이를 마저 챙겨주려고 얼룩이가 간식을 먹고 있는 그 자리에 다시 한 번 간식을 짜주려고 오른손을 들이밀었는데...

 

 얼룩이한테 맞았다. '빡' 소리가 날 정도로 얼룩이가 내 손등을 강타하고 다섯 발자국쯤 뒤로 도망갔다. 냥냥펀치를 처음 맞아봐서 기분이 얼얼했다. 손등은 심하게 아픈 건 아닌데 꽤 따끔했고 상처에서 피가 났다. 발톱 두 개를 내 살갗에 박아넣었다 뺀 것 같다. 고양이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ㅠㅠ 아프쟈나 내가 니 밥 주는데 왜 때료... 하면서 중얼거리고 간식을 마저 짜줬다.

 

 간식 실컷 잘 먹어놓고 날 때린 자슥ㅠㅠㅠㅠ 좀 더 있다가 올라가려고 했는데 상처 부위가 부어오르기 시작해서 일단 아파트 단지의 개수대에서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었다. 그리고 집에 왔다. 길냥이 발톱이 위생적이진 않았을 테니... 그렇게 부푸는 것도 당연하겠지. 아빠는 웃었고 엄마는 내가 어릴 땐 친구랑도 안 싸우더니 다 커서 동물한테 맞고 오냐면서 황당해했다. 지금은 대충 소독하고 후시딘이랑 반창고를 발라놓은 상태다...ㅎㅎ

 

 얼룩이가 괘씸하지만 난 내일도 고양이들 보러 밤에 아파트를 휘젓고 다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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