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스포 O


 내가 두 번째로 감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 더 랍스터는 아무런 설명 없이 봐도 스토리를 따라가며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러기가 힘들 것 같다. 내가 신화를 거의 몰랐기 때문에 작품 해설을 보기 전까진 이게 뭔가 싶었다.


 누가 그랬다. 이 감독은 설명을 많이 생략한다고. 더 랍스터에서는 사람들이 커플이 되지 못하면 왜 동물로 변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여기선 마틴이 스티븐의 두 아이들을 어떻게 하체 마비시키는지 어떻게 거식증이 오게 만드는지 어떻게 피눈물이 나게 하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따지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여러번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다짜고짜 뛰고 있는 심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첫장면은 많이 충격적이었다. 스티븐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일방적인 섹스 장면도 충격적이었고 사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무덤덤하게 묘사하는 충격적인 모든 장면들이 충격적이다. 내가 블랙 코미디에 익숙지 않아서 그렇게만 받아들였을지도.


 마틴이 등장할 때마다 아주 기이하고 소름끼치는 bgm이 깔리는데 듣기 불편했다. 킴이 마틴의 등에 기대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장면도 아주 불안정해 보였고 마틴이 스티븐에게 겨드랑이 털을 보여달라고 한 장면도 보기 거북했다. 마틴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신적인 존재라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아니 왜 저런 애가? 하면서 마음에 안 들었다. 특히 스파게티 더럽게 먹는 장면 진짜 너무 별로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도 주인공이 스파게티 먹을 때 내가 엄청 싫어했었던 기억이 난다.


 배리 케오간은 정말 독특한 마스크를 가졌다. 덩케르크에서 딱 한 번 봤는데도 잊히지 않고 한 번에 알아보겠는 얼굴. 약간 모자란 연기 진짜 잘 한다. 콜린 파렐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페르소나가 될 생각인가? 다음 작품에도 나온다면 맞는 걸로.


 특이하고 잘 만든 영화인 건 알겠지만 보는 내내 불쾌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어서 좋은 별점은 못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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