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8/25 (일)

 

미몽이들을 보려고 한 달 만에 대구에 올라갔다.

저녁 약속 전에 CSE 홍보단 신청서 작성을 위해

프라그란자라는 빵카페를 찾아갔다.

 

비주얼은 정말 엄청났는데...

빵은 생각만큼 맛있진 않았다!

그리고 먹다보니 질려서 좀 남겼다.

 

한참 수다를 떨다가 CSE 홍보단 신청서를 대략적으로 써놓고

오브닝에서 미모 8명이 모였다.

나... 애들의 모함으로 일진설에 휩싸였었는데...

억울하다!

그냥 학교에선 모범생 학교 밖에선 놀기 좋아하는 애였을 뿐이라고!

 

2차는 요바나시에 사케를 먹으러 갔다.

 

나 혼자 왜 저렇게 귀신같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사케는 깔끔했고 연어랑 꼬치도 맛있었다.

난 다음 날 알바를 해야해서 좀 일찍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생각보다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버틸 만큼 버티다가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8/26 (월)

 

아빠가 사진관에 오전까진 있겠다고 해서

수영을 호다닥 다녀와서 알바를 하러 갔다.

확실히 포토샵 CC가 훨씬 편한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엔 알바가 완전 처음도 아니라서 옛날보단 긴장이 덜했다.

일 끝나고는 다이소에서 완전 예쁜 머리끈이랑 고슴도치 인형도 입양해왔다.

 

 

8/27 (화)

 

오전엔 엄마가 사진관을 보고 난 수영하러 갔다.

그리고 수영도 하기 전 샤워하고 나올 때 대참사가 일어났다.

모르고 면도날을 꽉 잡아서 내 검지의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이다.

목욕탕 바닥에 피가 뚝뚝 흐르고 주변 아주머니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모두의 걱정을 받으며 나와서... 소독하고 치료를 받고

수영은 해보지도 못한 채로 나와야 했다.

 

상처가 물에 닿으면 덧나기 때문에

사실상 26일이 이번 방학 중 수영을 한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 중고급반 이모들께 인사를 못 드리고

사고로 너무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어서 참 아쉬울 따름이다.

 

아쿠아밴드를 칭칭 감은 채로 사진관에 갔는데

피도 안 통할 정도로 감아놔서 그런지 딱히 아픈 느낌도 없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한테 내가 일할테니 엄마는 학원을 가라고 하고

오전부터 오후 8시까지 내가 사진관을 지켰다.

 

이 날 증명작업 양이 진짜 미쳤었다.

한 명 찍고 포토샵 작업하고 사진 뽑아서 썰어놓으면

또 바로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또 사진 찍고... 반복.

성치 않은 손으로 쉴 새 없이 일했더니

밤에 밴드를 풀어보았을 때 상처가 아주 가관이었다.

 

일단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저녁으로 국밥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끔찍하게 아픈 상처를 물로 다시 씻어내고

눈물 그렁그렁한 채로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놓고 잠들었다.

 

 

8/28 (수)

 

이 날까지 내가 알바를 하기로 했었는데

엄마가 자기가 사진관을 볼 테니 나는 집에서 쉬라고 했다.

덕분에 하루 종일 집에서

상처에 연고자국이 희미해질 때마다 새로 발라주며 요양했다.

오후엔 아빠가 서울에서 돌아왔다.

노을질 때 온 하늘이 분홍빛이었다.

저녁엔 순뿌뿌치를 먹었다.

 

 

8/29 (목)

 

엄마랑 둘이서 정말 정말 오랜만에 서면에 나갔다.

복사집에서 엄마 공부자료 프린트도 좀 하고

nc백화점에서 가을 옷을 보러 다녔다.

 

아우터 두 개를 샀다.

자켓은 엄마가 사줬고 트렌치 코트에는 내 알바비를 탕진했다.

너무 예뻐서 하나도 안 아까웠다.

둘 다 빨리 입을 수 있게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8/30 (금)

 

엄마랑 마트 나들이를 갔다.

기숙사에 쟁여놓을 내 식량(몽쉘 블루베리맛,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말차)를 사고

엄마 티셔츠도 하나 샀다.

계산하고 나와서 난 혼영하러 CGV에 가고 엄마는 공부하러 집에 갔다.

저녁엔 엄마아빠랑 사진관 뒷골목에 있는 식당에서 선지국밥과 수구리국밥을 먹었다.

되게 생각나는 맛이다.

 

 

8/31 (토)

 

몇 안 되는 짐을 챙겨 오전에 대구로 완전히 올라왔다.

그리고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경악했다.

방 곳곳에 곰팡이가, 심지어 내 베개커버랑 이불, 요에까지 핀 것이다.

 

약 한 달 전 내가 부산에 내려와서 살고 있을 때

룸메언니가 방을 빼게 되었다는 톡을 나한테 했었다.

난 뭐 알아서 잘 정리하고 나갔겠거니 했는데...

창문이 꽉 닫힌 채로 습한 화장실 문은 활짝 열려있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에어컨은 24도로 맞춰져서 한 달 내내 돌아가고 있었고

덕분에 긱사 방문을 열자마자 습한 기운이 내게 확 끼쳤으며

난 활짝 핀 곰팡이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양말 한 짝, 화장실 슬리퍼, 수건, 머리카락이 잔뜩 묻은 돌돌이가

주인을 잃은 채로 버려진 꼴을 봐야 했다.

참 입도 안 다물어지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 룸메는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급하게 나간 건지 모르겠다.

 

다른 건 다 참고 넘기겠는데 곰팡이로 뒤덮인 내 침구를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이미 인연이 끝난 사람한테 연락해서 화를 낸다고 해서 뭐가 해결되지도 않을 거고...

대구에 사시는 외삼촌께 남는 침구가 있으면 좀 가져다 달라고

그리고 내 침구를 빨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날은 당장 베고 깔고 덮고 잘 게 없으니

일단은 바닥에 다 옮겨놓고 대충 담요를 덮고 자기로 했다.

 

이 난리를 피우느라고 점심 약속에 많이 늦었다.

전주행에 가서 상현 이누 배케랑 점심을 먹고

교동의 한 카페를 찾아갔는데... 없다. 없어졌다.

며칠 전 게시물을 확인하고 갔는데 이럴 수가 있나?

급하게 다른 곳을 찾아서 오로지케이크라는 카페에 갔다.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으니

미몽이들이 하나둘 와서 합류했다.

상민이까지 도착했을 때 좀 더 앉아있다가

다이소에 가서 내 곰팡이제거제를 사고(...)

스폿라이트에 사진을 찍으러 이동했다.

 

처음엔 세 장이나 고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나만 하긴 너무 아쉬워서 돈을 더 주고 이렇게 세 장을 뽑기로 했다.

중고딩 때 찍었던 이미지 사진과는 또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소중한 내 미몽이들이다.

애들한테 입대할 때 가져가라고 내가 제주도 사진도 몇 장 인화해서 줬다.

 

저녁에 상현이는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고

남은 우리는 짐치집에서 돼지김치구이를 먹었다.

이누가 최근에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다고 했다.

 

2차로 펍스너그에 갔다.

 

그리고 이 안주 진심으로 미치게 맛있었다.

어떻게 또띠아를 튀겨서 사랑스러운 누텔라를 뿌릴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우린 제주도에서 mbti로 놀았던 것처럼

생시로 보는 사람 성격(?)으로 건전하게 잘 놀았다.

 

 

9/1 (일)

 

세상에. 9월이다.

개강이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누랑 나는 기숙사 제출용 흉부 엑스레이를 찍으러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병원을 찾아내서

아침부터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점심 땐 이누 아버님께서 동대구시장 분식을 잔뜩 사주셨다.

떡볶이, 납작만두, 순대, 튀김, 팥빙수... 완전 맛있게 먹고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이 날 말로만 듣던 건이를 실제로 처음 봤는데 키가 진짜진짜 크더라!

그리고 역시 얼굴은 아직 애기였다. 귀욤귀욤.

우리 태훈이도 건이만큼만 키가 컸으면 좋겠다.

 

 

9/2 (월)

 

그렇다. 개강날이 밝았다.

그리고 형욱이의 입대날도 밝았다......

 

다행히 선대는 오티만 하고 마쳤고

서정 배케랑 우리 기숙사에서 좀 빈둥거리다가

점심을 먹으러 북문 대독장에 갔다.

 

머리를 깎은 상현이는 얼굴이 완전 계란형이었다.

그렇게 입대 전날인 상현이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입대 당일인 형욱이랑 마지막 영상통화를 잠깐 했다.

9월 일정은 아직 텅 비었구만 바쁜 척 하는 승기한테

다음 주 화요일 오쥬 생파에 오라는 초대의 말도 했다.

 

그러고 나서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못 따라가겠어서 어안이 벙벙했던

대망의 시프 수업을 들으러 들어갔다.

교수님 혼자 너무 신이 나서 수업을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도 안 신나.

 

긱사에 와선 아마존 서버 웅앵웅 계정을 만든다고 고생하고

애들이랑 꽤 오랫동안 카톡을 하다가

퓨티랑 뭐 다른 프로그램을 마저 깔았다.

시프 싫다.

 

 

9/3 (화)

 

이제 상현이의 입대날이 밝았다.

소설도 오티만 하고 마쳤다.

마일리지 시상식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이것저것 찔러보며 수강변경을 시도했는데

와. 어제 입대한 형욱이 아이디로 성공해버렸다.

나는 바로 경영의 이해 탈주를 하고 교양한문으로 갈아탔다.

 

내가 한자에 젬병이긴 한데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암기는 곧잘 하는 편이라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님 평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굳히기로 했다.

한자가 아니라 한문을 배우는,

그러니까 한자로 된 글의 독해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떤 수업일지는 오티 이후 첫 수업을 들어봐야 알 것 같다.

 

잇사에서 싸이버거를 먹고 상현이랑 입대 전 마지막 영통을 했다.

이번 주에 식기지원을 해서 식사시간 빼고는 모두 개인정비시간인

우리 민이랑도 전화랑 영통 합쳐서 40분 넘게 했다.

 

컴구도 참 만만치 않은 수업이 될 것 같다.

교수님도 본인이 내는 과제의 명성을 아시는지

내 과제 어렵다고 들어본 적 있죠? 하고 물어보시더라.

 

컴구 마치고 실습실에서 선대 강의자료 프린트를 한 다음에

바로 인문대로 가서 교양한문 오티를 들었다.

강의평대로 교수님이 무척 사람 좋으신 분 같았다.

 

그리고 난... 교양한문 반장이 되었다...!

이 수업을 듣는 70명 모두가 한 학기 동안

발표과제를 꼭 한 번씩은 해야 하는데

그 발표순서를 정해주고 발표 스케줄을 관리해줄

반장부반장이 한 명씩 필요하다고 했다.

반장부반장은 저것 말고도 제일 먼저 발표과제를 해야하는데 그 대신

발표 점수를 무조건 만점 주겠다고 하잖아.

완전 이득인데? 다들 쭈뼛거리고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길래

내가 손을 번쩍 들어서 반장을 하겠다고 했다.

부반장은 16학번 국어국문학과 언니가 하게 되었다.

 

저녁엔 이누 배케랑 기숙사에서 배민으로 밥을 시켰는데

그 밥은... 역대급으로 내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킨 엄청난 밥이었다.

분명 50분 후 도착이라고 알림이 왔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아서 전화를 해봤더니

차가 막혀서 늦게 간다고...

산격동에서 복현동인데? 차가 막혀?

 

그 전화 후에도 한참이나 지나서 도착했다.

내 생각에 차 막히는 건 개 구라고

걍 지들 실수로 주문 자체가 안 들어갔는데

전화가 오니까 그제서야 부랴부랴 음식을 만들어서 보낸 듯 싶다.

받아서 보니 심지어 일회용 수저도 들어있지 않아서

첨성관 지하 1층 편의점까지 가서 수저를 사와서 먹어야 했다.

 

밥 하나 먹겠다고 이 난리를 피워야 되는 게 진짜 너무 화나서

(그리고 민이가 나한테 잘못한 것도 있어서)

민이한테 카톡으로 온갖 승질을 다 냈는데

민이가 생전 안 보내던 기프티콘을 갑자기 보내준 거 있지...

나 화 풀라구...

투썸 아메리카노랑 레드벨벳 케이크랑 마카롱 하나ㅠㅠㅠㅠ

화가 다 사르르 녹아버렸다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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