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버로우 (2020)

 극장에서 영화 소울을 상영하기에 앞서 틀어줬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귀여운 토깽이 한 마리가 자신만의 멋들어진 집을 꿈꾸며 땅굴을 파고 내려가는데, 이 자리다! 싶을 때마다 그 자리를 이미 점한 이웃집을 맞닥뜨려 실망하는 모습이 짠하면서 귀여웠다. 내 집 마련이 이렇게나 힘들다...

 

소울 (2020)

 내 생일 전날 개봉하자마자 보러 달려간 마음 따땃해진 올해의 애니메이션! 처음엔 22가 너무 진상이라 입 좀 어떻게 틀어막고 싶었는데 얘가 나중에 그렇게 큰 감동을 줄 줄은 몰랐다. 삶이 꼭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지. 피자 한 조각의 희열처럼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간간이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 아닐까. 조와 22 모두 자신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면서 조급해하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P.S. 재즈가 내내 흘러나와서 따뜻하게 감성을 적신 영화였다. 또 유 세미나의 제리와 테리 형상은 어떻게 네온 선으로만 표현할 생각을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 (2002)

 으 올해 본 최악의 영화였다... 난 영화 별점 줄 때 웬만해서는 3점 아래로 잘 안 떨어뜨리는데 이 영화는 왓챠피디아에 0.5점 줬다고...ㅋㅋ 분조장에 강박증까지 가진 찐따 같은 남주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내가 도대체 왜 보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고 정말 불쾌하고 짜증나는 영화였다. 그놈의 푸딩 마일리지 어우 떠올리기만 해도 화나네;;

 

셔터 아일랜드 (2010)

 OST만 들어도 소름이 돋고 심장이 쫠깃해지는 꿀잼 영화다. 상황이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지켜보다가 나까지 정신분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손에 땀을 쥔 채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대혼란...! 이 영화는 레오의 마지막 대사를 위해 존재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2)

 실화이기에 더 짜릿한 전율을 준 프랭크의 개과천선 이야기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희대의 사기꾼이었지만 늘 가족의 애정이 고팠던, 사실은 그저 외로운 소년일 뿐이었던 프랭크가 참 가여웠다. FBI 요원인 칼과 사기꾼 프랭크가 쫓고 쫓기면서 미운 정을 들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영화가 가볍고 유쾌해져서 괜스레 웃음이 났다.

 

미나리 (2020)

 배우들의 발음과 연기 톤이 거슬려서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영화다. 내가 사는 환경은 미국 이민 가정이 아니기에 한국인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그들의 모든 것을 공감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던 윤여정 선생님의 찰진 할머니 연기만큼은 기억에 남는다.

 

본 투 비 블루 (2015)

 쳇 베이커의 연주를 따라서 잔잔하게 재즈를 즐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내린 그의 선택에 그저 탄식만... 큰 결심을 하고 먼 거리를 날아왔을 제인의 입가에 서서히 웃음기가 가시는 걸 보면서, 약쟁이 쳇 베이커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노매드랜드 (2021)

 이동진의 라이브톡 관람작. 영화의 첫인상은 지독한 외로움, 쓸쓸함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마주치는 펀의 소중한 인연들을 지켜보면서, 순간에 충실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떠난 이들을 추억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기도하는 자들에게 내가 행운을 빌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서 자주 비춰지는 드넓은 사막을 바라보면서 거주 형태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갖게 되었다. 어딘가에 붙박혀 있어야만, 기둥과 벽이 존재해야만 '집'인 게 아니었다. 나에게 쉴 곳을 제공하고 내 삶을 어디론가 데려가줄 수만 있다면 좁디 좁은 차 안도 나의 집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정반대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내가 움직이지 않는 집에서 편하고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펀이 보 때문에 완전히 놓지 못했던 엠파이어를 두 번째로 떠나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고 펀의 행복을 함께 바라게 되었다. 실제 노머드 생활을 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고 멋진 연기를 펼친 프란시스 맥도넌드가 정말 굉장한 흡인력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2020)

 내 인생 첫 애니였던 귀칼 시즌1의 후속으로 나온 극장판이다. 분명 부족한 부분이 많은 영화였겠지만, 무언가를 덕질의 대상으로 삼으면 객관적인 판단은 어려워진다. 이미 덕후 필터를 껴버린 내 눈엔 그저 렌고쿠가 너무 안타까웠을 뿐... 얼른 다음 시즌이 방영되었으면 좋겠다. 내 최애인 기유의 분량이 몇 초밖에 되지 않았던 것은 아쉽다.

 

하이큐!! 땅 VS 하늘 (2020)

 귀칼과 마찬가지로 하이큐 애니 정주행을 하다가 피할 수 없이 보게 된 극장판. 난 카라스노 고등학교가 잘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지라, 네코마와 후쿠로다니의 대결이 주 내용이었던 이 영화는 뭔가 좀 정신없고 혼란했던 분위기만 기억이 난다.

 

크루엘라 (2021)

 결말이 뻔하고 선악 구도가 명확했으며 꽤나 유치했지만, 재미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던 디즈니의 실사 영화였다. 똘끼 넘치는 크루엘라 캐릭터가 흥미로웠고, 의상 디자인에 특별한 감각을 가진 크루엘라가 펼쳐 보이는 독특한 패션쇼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냥개로서의 달마시안을 처음 보게 되어 달마시안에 대한 무서운 인상이 심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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