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영화 아카이브

1917 (2019)

2020. 8. 7. 16:26

* 극장 관람

* 스포 O

 

 전쟁 영화를 싫어하는 우리 엄마도 인정한 영화. 기생충이 없었더라면 온갖 영화제 상을 휩쓸었을지도 모르는 비운의 영화. 작품 자체가 굉장히 짜임새 있고 영상미와 연출, 연기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훌륭해서 나 또한 아주 즐겁게 관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이 몰입도가 엄청나더라니, 원 컨티뉴어스 쇼트로 찍은 영화였다. 사실은 무수히 많은 편집점이 있을 텐데도 티 나지 않고 정교하게 작업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덕분에 스코필드의 입장에서 그가 겪는 전쟁의 공포와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플래시백 하나 없이 심플하게 플롯을 구성해서 스토리도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냉소적이었던 스코필드가 블레이크의 죽음 이후 블레이크의 몫까지 다하며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낙관적인 전망을 잃지 않고 마지막에 참호 사이를 필사적으로 가로지르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병사들이 뛰는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달리는 이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깨알같이 등장했던 초호화 캐스팅의 주역들이 반가웠다. 베니, 콜린퍼스, 마크스트롱, 앤드류스캇... 그들은 잠깐씩 비춰질 때마다 묵직한 무게감을 선사했지만 그럼에도 장면 속에 잘 스며들어서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전개되었는데 제목은 왜 1917일까. 이동진 평론가님의 분석에 따르면 그때가 딱 전쟁의 권태로운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이 상황을 지긋지긋해하는 그 순간을 영화의 실존적 장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1917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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