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사량도에 갔던 날, 배에서 무료함을 느껴 txt 파일로 읽기 시작했다. 아주 옛날에 출간한 문고본을 텍스트로 옮겨놓은 것인지, 문법이 이상한 부분도 많고 대체로 문체가 딱딱하고 이상했다. 그래도 중반부 넘어까지는 봤다 쉬었다 하며 꿋꿋하게 잘 읽었고 이후에 밀리의 서재에서 제대로 된 책으로 읽었다.


 '베르테르'는 오역이고 원래 이름은 '베르터'라고 한다. 하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라는 제목이 이미 널리 굳어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


 편지 형식으로 글이 시작되었는데, 읽어도 읽어도 문체가 바뀔 생각을 안 하길래 조금 어리둥절했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베르테르가 이미 임자가 있는 로테라는 여자를 사랑하다가 괴로워서 자살했다는 이야기이다. 직관적으로 보면 그냥 불륜 스토리인데 소설 속에서의 심리 묘사 방식이 워낙 아름다워서 딱히 불륜에 태클 걸지 않고 '로맨스군-'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나는 세상에서 내가 0순위고 내가 최고이기 때문에 베르테르를 보면서 사랑을 쟁취하지 못해 자살까지 할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기기로 했다.


 로테도 참 나빴던 게 처음부터 베르테르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리 자기랑 잘 통하고 좋은 벗이라고 해도 그런 낌새를 눈치챘다면 자신의 배우자를 위해서 칼같이 끊어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초반에 정리를 했다면 베르테르에게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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