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6 언니가 가출했다
1시간 만에 읽은 짧은 분량의 책이었는데, 읽다가 중간 즈음에 에리카의 엄마에게 짜증이 나서 잠시 덮었다가 계속 읽었다. 왜 애들 말을 끝까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툭하면 뺨에 손을 대는지.. 게다가 평소엔 재혼한 쿠르트 아저씨의 어린 아이들만 챙기고 에리카와 일제에겐 거의 무관심하다. 나였어도 이런 집에서 참지 못하고 날 좋아해주는 사람에게로 갔을 것이다. 일제의 가출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일제가 왜 계속 거짓말을 아무 죄책감도 없이 늘어놓았으며 왜 가출까지 했겠는가. 바로잡아야할 것은 제대로 지적해주지 않으면서 가끔 잘못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화만 내고.. 엄마가 아이를 망치는 길을 택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는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 또는 재혼 가정도 아니고, 부모님 두 분 다 잘 계시고, 어릴 때부터 관심을 듬뿍 받고 혼도 많이 나면서 자랐기 때문에 현재 난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다.
2014.07.10 명예 살인
1학년인가 2학년인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도덕 시간과 사회 시간에 이 '명예살인'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뭐 그런 풍습도 있는갑다, 하고 그냥 하나의 공부할 내용으로써 짚고 넘겼었는데, 실제로 명예 살인을 당해 죽을 뻔한 사람이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읽고나니 정말 소름이 끼쳤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지만, 이러한 악습은 존중이고 뭐고 생각할 것도 없이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결혼 전에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거나 남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세상에 말이나 되는 소린가. 또 하나 새삼스레 느낀 것이 있는데, 바로 교육의 중요성이다. 수아드라는 사람은 거의 20살이 되어서도 생각하는 수준은 14살 정도, 지식의 수준은 7살 어린 아이보다도 더 못할 정도였는데 그건 태어나서 학교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으며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지금 이렇게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것이 정말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2014.07.16 마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속도감 있게 술술 읽히면서도 다 읽고 나면 항상 1.5% 부족한 느낌이 든다. 추리소설에 반했던 초등학생 때는 이 작가의 책을 참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일본 추리소설이 종종 가볍고 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마구'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소재와 배경이 야구라는 점은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최근에 야구에 빠져서 경기 중계는 물론 기사도 매일같이 챙겨보고, 직관도 자주 다니며 이것저것 알아가고 있는 중인데,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이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온 것 같다. 줄거리는, 어느 고등학교 야구부의 주전포수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 뒤이어 그와 배터리였던 천재 투수 스다 다케시도 살해당하는데, 한 전기 회사의 폭발물 설치 사건과 다케시의 다잉 메시지였던 '마구'에 의해 차츰차츰 사건이 풀리는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케시는 타살이 아닌 자살이었다. 또, 그 포수는 다케시에 의해 죽었다. 그 모든 이야기는 다케시가 던졌던 처음이자 마지막 마구 하나 속에 담겨있는데, 점점 알아갈수록 다케시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이 생겨났다. 끝까지 엄마와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면서도,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또한 그렇게 이상한 선택을 했던 다케시에게 화도 좀 났다. 오른쪽 어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야구부 감독의 귀에 들어간다고 해서 프로야구 입단의 길이 영영 닫히는 것도 아니고,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돈을 벌어 빚을 갚고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잘 알겠는데, 그 사실을 감독에게 상의하러 가는 기타오카의 개를 꼭 죽여야 했을까.. 그 개를 죽인 다케시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기타오카 역시 죽었다. 다케시의 몸을 걱정해 그것을 말하러가는 기타오카를 다케시가 정말 어이없게 죽이고 만 것이다. 그리고 동생에게 잔혹한 부탁을 하고서 자신도 따라 자살했다. 분명 다른 선택의 길이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투수였기 때문에 더 아깝고 불쌍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야구소설'과 '추리소설'을 동시에 맛본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몇 개 더 읽어보고 싶게 되었다.
2014.07.21 소피의 세계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철학을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소설과 끼워맞췄다는 생각과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자꾸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 때문에 그나마 책을 아예 덮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분명히 읽은 내용인데도 독서퀴즈를 풀어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 맞나 싶었다. 편지 형식으로 된 이 철학을 읽으면서 졸았던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랬나보다.
2014.07.28 28
머릿속이 어질어질하고 속이 울렁거린다. 책을 읽으며 '안 돼'라고 중얼거리며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모두 나와버렸다. 쿠키부터 시작해서 스타, 기준의 아내와 딸, 동해의 아버지, 동해, 수진, 재형과 화양의 무고한 수많은 시민들, 버려진 개들, 어떻게 손 쓸 새도 없이 몇 시간 만에 폐출혈까지 다다르게 된 '빨간 눈' 감염자들 모두가 죽어버렸다. 허탈하고,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은 무능한 정부와 군대에게 화가 치민다. 이렇게 큰 참사에 대신 죽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떠들다 역시 금방 잊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원래의 하던 일을 계속 하는 화양 밖의 시민들, sns 이용자들이 원망스러우면서 그게 나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 또 입을 다물게 된다. 너무나도 생생한 현실감에 정말 소름이 돋는 책이다. 개 '링고'의 관점으로 본 스타의 죽음과 세상의 모습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비극적이었다. 기준은 링고를, 링고는 기준을 서로 죽이려 할 때부터는 '나'를 어디에 두고 봐야할지 혼란스러웠고, 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말리지도, 가만히 놔두지도 못하는 심정이 되었다. 끝에 재형마저 죽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준이 수진의 아버지를 찾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빨간 눈의 시신이 가득한 창고를 발견했을 때는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이미 시신이 되어버린 자들도 아니고 빨간 눈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는,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들을 한 곳에 가둬놓고 그대로 몰살시키다니,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밖으로 말 한 마디 새어나가지 못하게 통신마저 끊어버리고,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총살하고, 무정부상태가 되어버린 도시 화양의 중심에 내가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화양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범죄들 또한 한스러웠다. 특히 수진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은 할 말조차 잃어버렸다. 이 모든 것은 치료법, 예방책, 감염 경로 이 중 어느것 하나도 알 수 없는, 폭발적인 파괴성을 지닌 전염병이 가져온 결과였다. 재형과 윤주가 그랬던 것처럼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바뀌고, 처음 보는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 모두 이 혼란 속에서 일어났다. 실제로 내가 사는 이곳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책 속의 한 챕터 제목처럼 '모든 것이 파괴되는' 소설이었다.
2014.08.03 얼음나무 숲
하지은 작가님의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이라는 책을 초등학생 때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몽환적인 느낌을 또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 같은 저자의 다른 작품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그 특유의 판타지성이 이 책에도 녹아들어 동화를 읽는 기분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긴 했으나, 이번엔 어딘가 조금 부족하고 예상 가능하고 유치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 현재 시중에서는 절판되어 중고 가격이 원래 가격의 네다섯 배 정도 하는 책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읽었기에 조금 실망감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음악을 소재로 한 소설은 처음인지라 하나의 재미있는 간접 경험이 된 것 같다. 뒷표지에 실린 글처럼 이 책은, 두 음악 천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옐이라는 세기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그리고 그의 단 한 명의 청중이 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고요. 어쩐지 영화 아마데우스를 연상시키는 주인공들인데, 얼음나무 숲은 아마데우스처럼 천재와 일반인의 관계가 아닌 두 천재 사이의 일을 글로 풀어나간다. 바옐에 대한 고요의 무한한 동경은 순수 그 자체였으며 아픔이었다. 바옐이 등을 돌리고는 고요에게 나는 네가 싫다고, 너를 보면 열등감이 생기기도 한다고 토로하는 그 순간은 정말 후련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어쨌거나 그 후부터 둘은 우정이 전보다 훨씬 깊어졌고, 바옐의 단 한 명의 청중을 같이 만나기도 했으며, 둘 모두의 친구인 트리스탄을 함께 잃었다. 10년 후 둘의 모습을 보면 바옐은 어느 외딴 도시로 건너가 자신과 꼭 닮은 천재 소녀를 가르치고 있고 고요는 필사가의 일을 하며 사는데, 음악과 멀어지면서도 결코 떠나가지는 못한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애잔했다. 둘이 동시에 드 모토베르토가 되어 죽을 때까지 도시 에단의 음악을 책임져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또, 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한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귀로 듣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도 음악을 이렇게 나타낼 수가 있구나, 생각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파스그란이니 마르틴이니 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어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2014.08.04 키싱 마이 라이프
우리 반에 독서의 'ㄷ'도 모르는 친구 하나가 있는데, 어느 날 교실에서 뭔가를 열중해서 읽고 있길래 제목을 슬쩍 봤더니 '키싱 마이 라이프'였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걔가 책을 다 읽는지 궁금해서 나도 빌려봤다.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고등학생 1학년인 여자애가 분위기에 휩쓸려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고는 덜컥 임신을 해서 혼자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결국 아기를 낳는 이야기'였다. 요즘 인터넷 기사나 뉴스에 이런 종류의 이슈가 워낙 많이 다뤄져서 그렇게 신기한 건 아니었지만, 이게 또 책으로 보니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 나와 거의 또래인 아이가 임신이라니. 나라면 아이를 기를 능력도, 나가서 살 집도, 학력도, 직업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갑작스럽게 아기가 생긴다면 정말 미친듯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살인이고 뭐고 생각할 틈도 없이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빨리 아기를 지워버렸겠지. 그런데 책 속의 하연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뱃속에 든 이걸 지우려고 무작정 배를 때리고, 돈을 구하러 다니고 그랬지만, 초음파 검사를 통해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의 모습을 보고는 얘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하연이의 남자친구인 채강이도 내 생각과는 달리, 하연이를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알바를 뛰어서 돈을 벌어 하연이에게 가져다주고, 하연이의 배를 슬프면서도 기쁘게 바라보고는 했다. 하연이가 순산하는 그때까지도 곁에서 가만히 손을 잡고 있어주었다. 순산하는 장면을 끝으로 책도 끝나버려서 그 후에 둘이 아기를 입양시켰는지 알아서 잘 키웠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끝까지 책임을 다 하려고 했던 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고려해본 뒤 이성적으로 행동했으면 처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작가는 청소년에게도 성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난 그것을 당연히 잘 알지만, 그래도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에서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2014.08.13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기 위해 25명의 소녀들을 죽이고 그들의 체취로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모든 사람들을 자신에게 주목시키는 데에 결국 성공한 그르누이. 하지만 그 순간에 그는 행복해하지도, 감동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 그 자체가 아닌, 향수에 이끌려 자신을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경멸과 혐오, 비웃음 섞인 시선을 보내고는 다시 한 번 외로움을 느꼈을 뿐이었다. 우리는 보통 이런 끔찍한 살인자에서 혐오감과 두려움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르누이에겐 왠지 모를 동정심이 생겼다. 특히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나서는 드디어 사라졌다는 느낌 보다는 '아...' 하는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2014.08.15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 mbc 스포츠 플러스 프로야구 캐스터인 정우영님의 야구장 다이어리다. 정 캐스터는 내 팀의 경기가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중계되는 3연전 기간 동안 한명재 캐스터와 더불어 가장 많이 모습을 보여주셨던 엠스플 대표 캐스터 중 한 명이시다. 정 캐스터는 "쭉쭉 뻗어갑니다. 이 타구, 확인할 필요 없습니다.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이 멘트가 유명하다. 내가 정말 인상 깊게 들었던 중계 멘트이기도 하다. 이런 정 캐스터의 야구 중계와 샤우팅을 참 좋아하고, 트위터도 팔로우해서 항상 소식을 접하고 있던 나라서 과연 그 분이 쓰신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했었다. 그래서 읽어봤다. 이 책은 정말 말 그대로 다이어리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구 등 야구장으로 (중계를 위해) 잦은 출장을 다니며 생겼던 에피소드를 다루고, 각 야구장 주변의 맛집을 추천해주는 흐름으로 구성되어있다. 국내 야구장 외에 mlb 올스타전 중계를 위해 메이저리그 야구장 몇 군데를 다녔던 내용도 있다. 항상 관중의 입장으로 야구 관전을 하러 가거나, 집에서 중계를 보는 나였기에 야구장에 '출근'하는 캐스터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몇 가지 궁금증이 풀리기도 했다. 몇 시에 기상을 해서 무엇을 하는지, 중계 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자료를 모으는지, 야구를 하지 않는 월요일의 생활은 어떤지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절대로 편파 중계를 하면 안 되는 캐스터도 마음속으로 특정한 구단이나 선수들을 좋아하거나 응원하기도 하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눈치도 채게 되었다. 또, 이 책 속에서 정 캐스터 특유의 위트있는 말투와 몇 가지 되도 않는 드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캐스터 외에도 해설위원, PD, 기자,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아나운서, 구단 관계자들 등등 여러 야구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는 사실도 재밌었다. 이런 책을 보고 나니, 야구장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중계석의 캐스터와 해설위원, 관중석의 야구 팬들, 마운드 위의 선수들 사이에는 같은 야구일지라도 분명 야구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조금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다음에는 프로야구에 현역으로 직접 몸을 담그고 있는 봉중근 '선수'가 쓴 책을 읽어봐야겠다.
2014.09.01 두근두근 내 인생
그저 많고 많은 성장소설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뜻밖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유 하나는, 작가의 글이 가을 바람같이 담담하면서도 마음을 두드리는 문체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조용히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내용 구성에 내가 살짝 당황한 탓이다. '편하게 읽어야지.'하고 시작한 책인데 최미라에게, 한대수에게, 한아름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여 생각만큼 편하게 읽히지가 않았다.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먹먹한 것 같다.
2014.09.13 어떤 하루
줄거리가 있는 책만을 주로 읽다가, 머리도 식힐 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도서실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게 바로 이 책이었다. 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짧막한 글귀를 모아 엮은 책인데 자기계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힐링 책'이 이런 걸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많았고,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을 정확히 꼬집어주어 뜨끔하게 한 부분도 있었고, 또 그런 것을 괜찮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성공 전엔 반드시 실패가 있기 마련이라는 둥, 곁에 있을 때 잘해주라는 둥 흔하디 흔하고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어쨌거나 그 글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읽어보면 다 맞는 말인데, 내가 다 알고 있는 소린데 이걸 지금껏 실천하지 못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 괜히 울적해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그럼 뭐 어떠냐고 이제부터라도 시작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했다. 무기력하고 나태해진 내 상태를 되돌아보고 다시 바로잡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내가 지금 하고있는 것에 대한 확신도 심어주었다. 어쩐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다 그만두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다. 뻔하지만 마음을 치유해주는 말들. 상처를 보듬어주는 말들. 보다 보면 모가 난 내 마음 한 귀퉁이가 나도 모르게 둥글둥글해지는 기분이 든다. 마음에 쏙 드는 글귀들은 내 메모장에 따로 적어두었다. 이 책에 쓰지 않은 더 좋은 말을 할까 싶어 글쓴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도 눌러 놓았다. 그냥 왠지 짜증나고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하루' 읽어보기를 추천!
2014.09.13 동백꽃/봄봄
예전에 갑자기 한국 단편 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 읽은 적이 있는데, 중3이 되고 나서 국어 교과서를 펼치자 '동백꽃'이 눈에 띄었다. 2학기가 되고 생활국어 교과서를 펼쳤더니 이번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보였다. 먼저 보았던 그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려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또 학교에서 배우기 전에 내가 이걸 읽어봤다는 뿌듯함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필독도서다. 다 읽어봤던, 아는 내용이지만, 기분 좋게 책으로 한 번 더 읽었다. 요즘 나오는 글들의 감성적인 문체, 부드러운 문체도 좋지만, 이렇게 투박하고 순수한 문체를 가진 예전 우리의 작품들도 참 좋은 것 같다.
2014.10.14 먼 나라 이웃 나라 우리나라
'분명 같은 한국인인데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이토록 객관적인 분석을 했을까'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우리나라편'을 읽었다. 그저 우리나라의 역사를 만화로 옮긴 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회, 문화, 경제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분야를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하며 여러가지 예시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 만화였다. 중학교를 다니며 2학년과 3학년에 걸쳐 한국사와 세계사를 배워왔고 사회도 1학년부터 쭉 공부해왔던 상태라 어렸을 적의 나보다 훨씬 수월하고 즐겁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국편도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빨리 읽어봐야겠다.
2014.10.18.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1
책 표지에 '12살부터 읽는 책과 함께 역사 편지'라고 쓰여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교과서로 배우긴 배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억 속에서 조금 가물가물해진 내용들이라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다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구석기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 머릿속으로 요약할 수 있게 되었다. 편지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역사를 어려워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2014.10.18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신기하게도, 읽은 후 정말로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작품 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작품을 분석하여 적절한 재치를 섞어 설명하는 등,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도 편안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고, 학교 시험 때문에 공부해두었던 서양 미술사가 배경지식이 되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약간 도움이 되었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또 올해에 부산 시립 미술관에 일정 기간 있었던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전시회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때 보았던 이중섭의 '황소'가 진하게 기억에 남아 이 책에서 짧게나마 소개하는 그의 삶을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배웠고 여기에도 나온 여러 시대의 작품들을 보니, 다른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한 군데쯤은 들렸다가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4.10.20 지식e –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프로그램이 학교 수업시간에 보여주면 무슨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되는 마냥 재밌어졌던 5분짜리 영상 '지식채널e'. 매번 새로운 지식과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지식채널e'를 이번엔 책으로 읽어보았다. 영상으로 이미 보았던 주제들도 몇 개 있었는데, 영상보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의 글이 실려있어 아는 내용도 한 번 더 자세히 보고 생각하며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보고하고, 알아둔다면 왠지 도움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지식e 1'. 사회의 이런 저런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2014.10.25 노인과 바다
이전에 한 번 읽었었고,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이번에 한 번 더 읽었다. 이 '노인과 바다'는 나에게 고전은 절대 지루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책이다. 고전 소설 완역본 중에 가장 처음 접했던 책이 아마 이것인데, 노인의 독백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고 노인이 상어와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 문장들을 보며 감탄했었다. 생각보다 짧은 분량에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책이라고 무조건 두꺼운 것은 아니구나.' 하고 느꼈었던 기억도 난다. 두 번째 읽으면서는 나름대로 사물의 상징성을 찾아보기도 했고, 작가의 철학을 파악하려고 노력도 해보았다. 사람들이 책이든 영화든 정말 제대로 보려면 두 번 이상씩은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알 것도 같다. 두 번이나 읽었지만 한 번 더 읽으면 또 새로운 무언가가 눈에 들어올 것만 같은 책.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또 노인과 바다가 쥐어져 있지 않을까 싶다.
2014.11.0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현재 시각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치기 3일 전 새벽 4시 30분. 오늘 해야 할 공부를 끝내고 두 시간 정도 책 좀 읽다가 잘까 싶어서 일부러 동생 방에서 얇은 책을 하나 골라 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정말 눈 쉴 새 없이 단숨에 글을 읽어내려간 것 같다. 지금 정말 소름이 돋아서.. 뭔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그게 너무 많아 내 머릿속에서 잘못 감은 실패처럼 엉키고 설켜 완성된 문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10장쯤 넘기다가 그냥 덮었던 것 같은데, 만약 그때 덮지 않고 끝까지 다 읽었더라면 그때의 나도 지금 느낀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엄석대의 독재와 그것의 부당함,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편의를 위해 슬그머니 눈감아 넘어갔던 담임 선생님, 스스로 복종했던 반 아이들과, 그들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고 저항할 투지를 서서히 잃어가다 끝내는 희미해져 결국 굴복하고 만 병태. 그러나 엄석대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새 담임 선생님이 나타남으로써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던 교실의 분위기, 마침내 가시선상에 드러난 모든 사실들. 이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시골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어떻게 이렇게 잘 투영시켰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석대가 반장을 도맡아 온 시간 동안 교실은 한 개인이 다수 위에 군림하는 엄연한 독재 체제였지만, 석대의 남다른 통솔력과 지휘력, 치밀함과 참을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불합리하고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개혁의 기회가 눈 앞으로 다가오니 막막하고, 그냥 지금 상태에 그대로 안주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무언가 바꾸긴 해야할 것 같은 아이들의 심리도 정말 잘 이해가 되었다. 한순간에 갑자기 단체로 입장을 바꿔버린 아이들에게 병태가 느꼈을 배신감과 그럼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혼자 무엇을 한 건가 하는 허탈함, 그와 반대로 병태가 석대 곁에 머물면서 잠시 동안 맛본 달콤함까지 그 모든 게 뼈저리게 깊이 공감이 되어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시간이 흘러 병태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가다 마주친 석대의 모습은 26년 전 교탁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몰락한' 영웅이었다. 그렇게 보게 된 그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뱉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지금 떠오르는 단어만으로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어 답답하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지. 1200자가 넘는 글을 쓰고 나니 새벽 5시가 넘었다. 자야겠다.
2014.11.14 박사가 사랑한 수식
고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거창하거나 화려한 에피소드 하나 없으면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정확히 80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는 박사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 매일매일을 새로운 사람 보듯 대하는 박사에게 서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어린 루트도 대견했다.
2014.12.09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났고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까지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노인은 10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어쩜 이렇게 유쾌하고 스릴 넘치게 지내왔을까? 한 세기 동안 세상에는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노인은 그 역사적 유명인사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를 갖고 있었다. 스탈린, 마오쩌둥, 트루먼, 김일성 등과 같은 아주 고위직의 인물들 말이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평생을 살아도 이런 사람들을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 이 노인은 도대체 어떤 운명을 타고났기에 하는 일마다 이들과 엮이고 친구 혹은 적이 되었는지, 소설이란 걸 알지만 참 신기하고 부러웠다. 다사다난했던 100년으로도 뭐가 모자랐는지, 노인은 자신의 100살 생일에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다시 한 번 갖가지 사건들을 만들어 나간다. 엄청난 액수의 지폐가 든 트렁크 하나를 훔치는 것으로 시작해서 경찰과 범죄 조직에 쫓기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어찌하다 살인에도 개입하게 되며 듣기만 해도 입이 딱 벌어지는 일들과 마주친다. 이 노인이 한 발자국을 떼기만 해도 이렇게 알아서 사건들이 터지는 걸 보면 노인이 뭔가 특별한 운명을 가지긴 했나 보다. 아무튼, 이 책은 가는 곳마다 엄청난 사건들을 몰고 다니는 폭발물 전문가 '알란 칼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후, 난 역사적 사실들을 이토록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소설 속에 녹일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지금까지 이러한 종류의 책을 안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정말이지 다른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와 이야기를 아주 유쾌한 방법으로 접목시킨 것이다. 작가의 화법도 마음에 들었다. 대화체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는 ~했다고 한다.' 하는 식으로 뭔가 살짝 퉁명스럽고 시치미 떼는 듯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말투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책의 모든 글자와 문장 속에 푹 빠져 읽었던 것 같다. 다음 번에 또 이처럼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2014.12.26 한국 단편 소설 40
예전에 가끔 찾아서 읽기도 했었고 학교에서도 몇 번 배운 적이 있는 단편 소설들이지만, 아무래도 1900년대에 사용하던 말투와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보니 단편 소설에 손이 '자주' 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제 고등학교도 올라가고 하는데 나에게 불편한 글을 언제까지고 멀리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40편만 먼저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 속에 담겨있던 작품 40편 중 7편 정도는 이미 읽어봤던 것이라 실제로 새로 접한 작품은 33편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김동인의 배따라기,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전영택의 화수분, 이태준의 꽃나무는 심어 놓고,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이청준의 눈길. 이 정도가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다. 단편임에도 여운이 짙고, 내용 전개가 매끄럽고, 시대적 배경과 주제를 잘 전하고 있어서 한국 단편 소설이 수준급이고 참 괜찮다는 생각에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패기있게 한꺼번에 40편을 읽어보겠다고 덤벼드는 나를 비웃어주기라도 하는 듯이 '모르는 단어'들이 나를 향해 슝슝 날아왔지만, 그건 단어 바로 옆에 친절하게 적힌 주석들 덕분에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작품을 읽기 전엔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말을 훑어보고 시작했고, 작품 하나를 읽은 후마다 '생각해 볼 문제'를 보며 구석구석 애매했던 부분을 제대로 다시 짚어볼 수 있었다.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순서대로 나와있는 작품 구성을 보며 머릿속으로 정리도 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40편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독했다. 겉보기엔 그리 두껍지 않아서 만만해 보였는데, 마지막 장을 읽을 무렵엔 600쪽이 훌쩍 넘어 있었다. 장편이 아니라 흐름을 계속 바꾸며 읽어야 하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어서 조금 숨이 차기도 했지만,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다 읽어낸 내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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