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2014.07.06 언니가 가출했다


 1시간 만에 읽은 짧은 분량의 책이었는데읽다가 중간 즈음에 에리카의 엄마에게 짜증이 나서 잠시 덮었다가 계속 읽었다왜 애들 말을 끝까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툭하면 뺨에 손을 대는지.. 게다가 평소엔 재혼한 쿠르트 아저씨의 어린 아이들만 챙기고 에리카와 일제에겐 거의 무관심하다나였어도 이런 집에서 참지 못하고 날 좋아해주는 사람에게로 갔을 것이다일제의 가출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일제가 왜 계속 거짓말을 아무 죄책감도 없이 늘어놓았으며 왜 가출까지 했겠는가바로잡아야할 것은 제대로 지적해주지 않으면서 가끔 잘못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화만 내고.. 엄마가 아이를 망치는 길을 택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책을 다 읽고 나는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혼 또는 재혼 가정도 아니고부모님 두 분 다 잘 계시고어릴 때부터 관심을 듬뿍 받고 혼도 많이 나면서 자랐기 때문에 현재 난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우리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다.




2014.07.10 명예 살인


 1학년인가 2학년인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하여튼 도덕 시간과 사회 시간에 이 '명예살인'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뭐 그런 풍습도 있는갑다하고 그냥 하나의 공부할 내용으로써 짚고 넘겼었는데실제로 명예 살인을 당해 죽을 뻔한 사람이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읽고나니 정말 소름이 끼쳤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아무리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지만이러한 악습은 존중이고 뭐고 생각할 것도 없이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결혼 전에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거나 남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세상에 말이나 되는 소린가또 하나 새삼스레 느낀 것이 있는데바로 교육의 중요성이다수아드라는 사람은 거의 20살이 되어서도 생각하는 수준은 14살 정도지식의 수준은 7살 어린 아이보다도 더 못할 정도였는데 그건 태어나서 학교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으며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런 것을 생각하니 지금 이렇게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것이 정말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2014.07.16 마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속도감 있게 술술 읽히면서도 다 읽고 나면 항상 1.5% 부족한 느낌이 든다추리소설에 반했던 초등학생 때는 이 작가의 책을 참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요즘은 일본 추리소설이 종종 가볍고 뻔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이 '마구'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소재와 배경이 야구라는 점은 참 마음에 들었다내가 최근에 야구에 빠져서 경기 중계는 물론 기사도 매일같이 챙겨보고직관도 자주 다니며 이것저것 알아가고 있는 중인데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이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온 것 같다줄거리는어느 고등학교 야구부의 주전포수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뒤이어 그와 배터리였던 천재 투수 스다 다케시도 살해당하는데한 전기 회사의 폭발물 설치 사건과 다케시의 다잉 메시지였던 '마구'에 의해 차츰차츰 사건이 풀리는 내용이었다결론부터 말하자면다케시는 타살이 아닌 자살이었다그 포수는 다케시에 의해 죽었다그 모든 이야기는 다케시가 던졌던 처음이자 마지막 마구 하나 속에 담겨있는데점점 알아갈수록 다케시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이 생겨났다끝까지 엄마와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면서도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안타까웠다또한 그렇게 이상한 선택을 했던 다케시에게 화도 좀 났다오른쪽 어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야구부 감독의 귀에 들어간다고 해서 프로야구 입단의 길이 영영 닫히는 것도 아니고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돈을 벌어 빚을 갚고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잘 알겠는데그 사실을 감독에게 상의하러 가는 기타오카의 개를 꼭 죽여야 했을까.. 그 개를 죽인 다케시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기타오카 역시 죽었다다케시의 몸을 걱정해 그것을 말하러가는 기타오카를 다케시가 정말 어이없게 죽이고 만 것이다그리고 동생에게 잔혹한 부탁을 하고서 자신도 따라 자살했다분명 다른 선택의 길이 있었을 텐데하고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투수였기 때문에 더 아깝고 불쌍한 생각이 든다이 책을 읽으며 '야구소설'과 '추리소설'을 동시에 맛본 기분이 들어 좋았다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몇 개 더 읽어보고 싶게 되었다.




2014.07.21 소피의 세계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철학을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소설과 끼워맞췄다는 생각과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자꾸 들긴 했지만그래도 그것 때문에 그나마 책을 아예 덮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분명히 읽은 내용인데도 독서퀴즈를 풀어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 맞나 싶었다편지 형식으로 된 이 철학을 읽으면서 졸았던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랬나보다.




2014.07.28 28


 머릿속이 어질어질하고 속이 울렁거린다책을 읽으며 '안 돼'라고 중얼거리며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모두 나와버렸다쿠키부터 시작해서 스타기준의 아내와 딸동해의 아버지동해수진재형과 화양의 무고한 수많은 시민들버려진 개들어떻게 손 쓸 새도 없이 몇 시간 만에 폐출혈까지 다다르게 된 '빨간 눈감염자들 모두가 죽어버렸다허탈하고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은 무능한 정부와 군대에게 화가 치민다이렇게 큰 참사에 대신 죽어주기라도 할 것처럼 떠들다 역시 금방 잊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원래의 하던 일을 계속 하는 화양 밖의 시민들, sns 이용자들이 원망스러우면서 그게 나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 또 입을 다물게 된다너무나도 생생한 현실감에 정말 소름이 돋는 책이다개 '링고'의 관점으로 본 스타의 죽음과 세상의 모습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비극적이었다기준은 링고를링고는 기준을 서로 죽이려 할 때부터는 ''를 어디에 두고 봐야할지 혼란스러웠고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말리지도가만히 놔두지도 못하는 심정이 되었다끝에 재형마저 죽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기준이 수진의 아버지를 찾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빨간 눈의 시신이 가득한 창고를 발견했을 때는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이미 시신이 되어버린 자들도 아니고 빨간 눈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는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들을 한 곳에 가둬놓고 그대로 몰살시키다니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밖으로 말 한 마디 새어나가지 못하게 통신마저 끊어버리고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총살하고무정부상태가 되어버린 도시 화양의 중심에 내가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화양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범죄들 또한 한스러웠다특히 수진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은 할 말조차 잃어버렸다이 모든 것은 치료법예방책감염 경로 이 중 어느것 하나도 알 수 없는폭발적인 파괴성을 지닌 전염병이 가져온 결과였다재형과 윤주가 그랬던 것처럼 증오와 혐오의 대상이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바뀌고처음 보는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 모두 이 혼란 속에서 일어났다실제로 내가 사는 이곳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책 속의 한 챕터 제목처럼 '모든 것이 파괴되는소설이었다.




2014.08.03 얼음나무 숲


 하지은 작가님의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이라는 책을 초등학생 때 읽은 적이 있는데그때 느꼈던 몽환적인 느낌을 또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 같은 저자의 다른 작품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그 특유의 판타지성이 이 책에도 녹아들어 동화를 읽는 기분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긴 했으나이번엔 어딘가 조금 부족하고 예상 가능하고 유치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현재 시중에서는 절판되어 중고 가격이 원래 가격의 네다섯 배 정도 하는 책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읽었기에 조금 실망감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그래도 음악을 소재로 한 소설은 처음인지라 하나의 재미있는 간접 경험이 된 것 같다뒷표지에 실린 글처럼 이 책은두 음악 천재에 관한 이야기이다바옐이라는 세기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그리고 그의 단 한 명의 청중이 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고요어쩐지 영화 아마데우스를 연상시키는 주인공들인데얼음나무 숲은 아마데우스처럼 천재와 일반인의 관계가 아닌 두 천재 사이의 일을 글로 풀어나간다바옐에 대한 고요의 무한한 동경은 순수 그 자체였으며 아픔이었다바옐이 등을 돌리고는 고요에게 나는 네가 싫다고너를 보면 열등감이 생기기도 한다고 토로하는 그 순간은 정말 후련하면서도 안타까웠다어쨌거나 그 후부터 둘은 우정이 전보다 훨씬 깊어졌고바옐의 단 한 명의 청중을 같이 만나기도 했으며둘 모두의 친구인 트리스탄을 함께 잃었다. 10년 후 둘의 모습을 보면 바옐은 어느 외딴 도시로 건너가 자신과 꼭 닮은 천재 소녀를 가르치고 있고 고요는 필사가의 일을 하며 사는데음악과 멀어지면서도 결코 떠나가지는 못한 두 사람의 모습이 왠지 애잔했다둘이 동시에 드 모토베르토가 되어 죽을 때까지 도시 에단의 음악을 책임져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음악의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한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귀로 듣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도 음악을 이렇게 나타낼 수가 있구나생각했다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파스그란이니 마르틴이니 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어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2014.08.04 키싱 마이 라이프


 우리 반에 독서의 ''도 모르는 친구 하나가 있는데어느 날 교실에서 뭔가를 열중해서 읽고 있길래 제목을 슬쩍 봤더니 '키싱 마이 라이프'였다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걔가 책을 다 읽는지 궁금해서 나도 빌려봤다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고등학생 1학년인 여자애가 분위기에 휩쓸려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고는 덜컥 임신을 해서 혼자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결국 아기를 낳는 이야기'였다요즘 인터넷 기사나 뉴스에 이런 종류의 이슈가 워낙 많이 다뤄져서 그렇게 신기한 건 아니었지만이게 또 책으로 보니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나와 거의 또래인 아이가 임신이라니나라면 아이를 기를 능력도나가서 살 집도학력도직업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갑작스럽게 아기가 생긴다면 정말 미친듯이 당황했을 것이다그러고는 살인이고 뭐고 생각할 틈도 없이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빨리 아기를 지워버렸겠지그런데 책 속의 하연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물론 처음에는 뱃속에 든 이걸 지우려고 무작정 배를 때리고돈을 구하러 다니고 그랬지만초음파 검사를 통해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의 모습을 보고는 얘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하연이의 남자친구인 채강이도 내 생각과는 달리하연이를 버리지 않았다오히려 열심히 알바를 뛰어서 돈을 벌어 하연이에게 가져다주고하연이의 배를 슬프면서도 기쁘게 바라보고는 했다하연이가 순산하는 그때까지도 곁에서 가만히 손을 잡고 있어주었다순산하는 장면을 끝으로 책도 끝나버려서 그 후에 둘이 아기를 입양시켰는지 알아서 잘 키웠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끝까지 책임을 다 하려고 했던 둘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또 한편으로는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을 고려해본 뒤 이성적으로 행동했으면 처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작가는 청소년에게도 성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난 그것을 당연히 잘 알지만그래도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에서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2014.08.13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기 위해 25명의 소녀들을 죽이고 그들의 체취로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모든 사람들을 자신에게 주목시키는 데에 결국 성공한 그르누이하지만 그 순간에 그는 행복해하지도감동하지도 않았다그저 자신 그 자체가 아닌향수에 이끌려 자신을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경멸과 혐오비웃음 섞인 시선을 보내고는 다시 한 번 외로움을 느꼈을 뿐이었다우리는 보통 이런 끔찍한 살인자에서 혐오감과 두려움이 느껴지기 마련인데그르누이에겐 왠지 모를 동정심이 생겼다특히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나서는 드디어 사라졌다는 느낌 보다는 '...' 하는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2014.08.15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 mbc 스포츠 플러스 프로야구 캐스터인 정우영님의 야구장 다이어리다정 캐스터는 내 팀의 경기가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중계되는 3연전 기간 동안 한명재 캐스터와 더불어 가장 많이 모습을 보여주셨던 엠스플 대표 캐스터 중 한 명이시다정 캐스터는 "쭉쭉 뻗어갑니다이 타구확인할 필요 없습니다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이 멘트가 유명하다내가 정말 인상 깊게 들었던 중계 멘트이기도 하다이런 정 캐스터의 야구 중계와 샤우팅을 참 좋아하고트위터도 팔로우해서 항상 소식을 접하고 있던 나라서 과연 그 분이 쓰신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했었다그래서 읽어봤다이 책은 정말 말 그대로 다이어리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서울부산인천광주대구 등 야구장으로 (중계를 위해잦은 출장을 다니며 생겼던 에피소드를 다루고각 야구장 주변의 맛집을 추천해주는 흐름으로 구성되어있다국내 야구장 외에 mlb 올스타전 중계를 위해 메이저리그 야구장 몇 군데를 다녔던 내용도 있다항상 관중의 입장으로 야구 관전을 하러 가거나집에서 중계를 보는 나였기에 야구장에 '출근'하는 캐스터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몇 가지 궁금증이 풀리기도 했다몇 시에 기상을 해서 무엇을 하는지중계 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자료를 모으는지야구를 하지 않는 월요일의 생활은 어떤지 등에 대해 알게 되었고절대로 편파 중계를 하면 안 되는 캐스터도 마음속으로 특정한 구단이나 선수들을 좋아하거나 응원하기도 하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눈치도 채게 되었다이 책 속에서 정 캐스터 특유의 위트있는 말투와 몇 가지 되도 않는 드립(?)을 볼 수 있어 좋았다캐스터 외에도 해설위원, PD, 기자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아나운서구단 관계자들 등등 여러 야구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는 사실도 재밌었다이런 책을 보고 나니야구장에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중계석의 캐스터와 해설위원관중석의 야구 팬들마운드 위의 선수들 사이에는 같은 야구일지라도 분명 야구에 대한 시각 차이가 조금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다음에는 프로야구에 현역으로 직접 몸을 담그고 있는 봉중근 '선수'가 쓴 책을 읽어봐야겠다.




2014.09.01 두근두근 내 인생


 그저 많고 많은 성장소설 중 하나인 줄 알았는데의외였다뜻밖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유 하나는작가의 글이 가을 바람같이 담담하면서도 마음을 두드리는 문체였기 때문이고다른 하나는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조용히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내용 구성에 내가 살짝 당황한 탓이다. '편하게 읽어야지.'하고 시작한 책인데 최미라에게한대수에게한아름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여 생각만큼 편하게 읽히지가 않았다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먹먹한 것 같다.




2014.09.13 어떤 하루


 줄거리가 있는 책만을 주로 읽다가머리도 식힐 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그러다 도서실 신간 코너에서 발견한 게 바로 이 책이었다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짧막한 글귀를 모아 엮은 책인데 자기계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요즘 흔히 말하는 '힐링 책'이 이런 걸까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많았고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을 정확히 꼬집어주어 뜨끔하게 한 부분도 있었고또 그런 것을 괜찮다고 말해주기도 했다성공 전엔 반드시 실패가 있기 마련이라는 둥곁에 있을 때 잘해주라는 둥 흔하디 흔하고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도 많았지만어쨌거나 그 글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읽어보면 다 맞는 말인데내가 다 알고 있는 소린데 이걸 지금껏 실천하지 못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 괜히 울적해지기도 하고다른 한편으론 그럼 뭐 어떠냐고 이제부터라도 시작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했다무기력하고 나태해진 내 상태를 되돌아보고 다시 바로잡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내가 지금 하고있는 것에 대한 확신도 심어주었다어쩐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다 그만두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다뻔하지만 마음을 치유해주는 말들상처를 보듬어주는 말들보다 보면 모가 난 내 마음 한 귀퉁이가 나도 모르게 둥글둥글해지는 기분이 든다마음에 쏙 드는 글귀들은 내 메모장에 따로 적어두었다이 책에 쓰지 않은 더 좋은 말을 할까 싶어 글쓴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도 눌러 놓았다그냥 왠지 짜증나고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하루읽어보기를 추천!




2014.09.13 동백꽃/봄봄


 예전에 갑자기 한국 단편 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 읽은 적이 있는데3이 되고 나서 국어 교과서를 펼치자 '동백꽃'이 눈에 띄었다. 2학기가 되고 생활국어 교과서를 펼쳤더니 이번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보였다먼저 보았던 그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려있어서 정말 반가웠다또 학교에서 배우기 전에 내가 이걸 읽어봤다는 뿌듯함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했다그런데 이번엔 필독도서다다 읽어봤던아는 내용이지만기분 좋게 책으로 한 번 더 읽었다요즘 나오는 글들의 감성적인 문체부드러운 문체도 좋지만이렇게 투박하고 순수한 문체를 가진 예전 우리의 작품들도 참 좋은 것 같다.




2014.10.14 먼 나라 이웃 나라 우리나라


 '분명 같은 한국인인데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이토록 객관적인 분석을 했을까'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우리나라편'을 읽었다그저 우리나라의 역사를 만화로 옮긴 책인 줄 알았는데알고보니 사회문화경제 등 우리나라의 다양한 분야를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하며 여러가지 예시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 만화였다중학교를 다니며 2학년과 3학년에 걸쳐 한국사와 세계사를 배워왔고 사회도 1학년부터 쭉 공부해왔던 상태라 어렸을 적의 나보다 훨씬 수월하고 즐겁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영국편도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빨리 읽어봐야겠다.

2014.10.18.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1

책 표지에 '12살부터 읽는 책과 함께 역사 편지'라고 쓰여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교과서로 배우긴 배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억 속에서 조금 가물가물해진 내용들이라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다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이 책을 통해 구석기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 머릿속으로 요약할 수 있게 되었다편지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역사를 어려워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2014.10.18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신기하게도읽은 후 정말로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책이었다작품 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작품을 분석하여 적절한 재치를 섞어 설명하는 등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도 편안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나는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고학교 시험 때문에 공부해두었던 서양 미술사가 배경지식이 되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약간 도움이 되었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또 올해에 부산 시립 미술관에 일정 기간 있었던 '한국 근현대 회화 100전시회에 다녀오기도 했는데그때 보았던 이중섭의 '황소'가 진하게 기억에 남아 이 책에서 짧게나마 소개하는 그의 삶을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학교에서도 배웠고 여기에도 나온 여러 시대의 작품들을 보니다른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한 군데쯤은 들렸다가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4.10.20 지식–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프로그램이 학교 수업시간에 보여주면 무슨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되는 마냥 재밌어졌던 5분짜리 영상 '지식채널e'. 매번 새로운 지식과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던 '지식채널e'를 이번엔 책으로 읽어보았다영상으로 이미 보았던 주제들도 몇 개 있었는데영상보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의 글이 실려있어 아는 내용도 한 번 더 자세히 보고 생각하며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었다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회의 또 다른 이면을 보고하고알아둔다면 왠지 도움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지식e 1'. 사회의 이런 저런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선택이 아닌 필수로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2014.10.25 노인과 바다


 이전에 한 번 읽었었고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이번에 한 번 더 읽었다이 '노인과 바다'는 나에게 고전은 절대 지루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책이다고전 소설 완역본 중에 가장 처음 접했던 책이 아마 이것인데노인의 독백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고 노인이 상어와 싸우는 장면을 묘사한 문장들을 보며 감탄했었다생각보다 짧은 분량에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책이라고 무조건 두꺼운 것은 아니구나.' 하고 느꼈었던 기억도 난다두 번째 읽으면서는 나름대로 사물의 상징성을 찾아보기도 했고작가의 철학을 파악하려고 노력도 해보았다사람들이 책이든 영화든 정말 제대로 보려면 두 번 이상씩은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왜 그래야 하는지 알 것도 같다두 번이나 읽었지만 한 번 더 읽으면 또 새로운 무언가가 눈에 들어올 것만 같은 책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또 노인과 바다가 쥐어져 있지 않을까 싶다.




2014.11.0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현재 시각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치기 3일 전 새벽 4시 30오늘 해야 할 공부를 끝내고 두 시간 정도 책 좀 읽다가 잘까 싶어서 일부러 동생 방에서 얇은 책을 하나 골라 들었는데그게 바로 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정말 눈 쉴 새 없이 단숨에 글을 읽어내려간 것 같다지금 정말 소름이 돋아서.. 뭔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그게 너무 많아 내 머릿속에서 잘못 감은 실패처럼 엉키고 설켜 완성된 문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초등학교 때 10장쯤 넘기다가 그냥 덮었던 것 같은데만약 그때 덮지 않고 끝까지 다 읽었더라면 그때의 나도 지금 느낀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엄석대의 독재와 그것의 부당함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편의를 위해 슬그머니 눈감아 넘어갔던 담임 선생님스스로 복종했던 반 아이들과그들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고 저항할 투지를 서서히 잃어가다 끝내는 희미해져 결국 굴복하고 만 병태그러나 엄석대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새 담임 선생님이 나타남으로써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던 교실의 분위기마침내 가시선상에 드러난 모든 사실들이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시골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어떻게 이렇게 잘 투영시켰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석대가 반장을 도맡아 온 시간 동안 교실은 한 개인이 다수 위에 군림하는 엄연한 독재 체제였지만석대의 남다른 통솔력과 지휘력치밀함과 참을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불합리하고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개혁의 기회가 눈 앞으로 다가오니 막막하고그냥 지금 상태에 그대로 안주하고 싶기도 하지만어쨌거나 무언가 바꾸긴 해야할 것 같은 아이들의 심리도 정말 잘 이해가 되었다한순간에 갑자기 단체로 입장을 바꿔버린 아이들에게 병태가 느꼈을 배신감과 그럼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혼자 무엇을 한 건가 하는 허탈함그와 반대로 병태가 석대 곁에 머물면서 잠시 동안 맛본 달콤함까지 그 모든 게 뼈저리게 깊이 공감이 되어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시간이 흘러 병태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가다 마주친 석대의 모습은 26년 전 교탁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영웅이었다. '몰락한영웅이었다그렇게 보게 된 그의 모습에 나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이유는 잘 모르겠다앞서 말했다시피내뱉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지금 떠오르는 단어만으로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어 답답하다시험이 끝나면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지. 1200자가 넘는 글을 쓰고 나니 새벽 5시가 넘었다자야겠다.




2014.11.14 박사가 사랑한 수식


 고요하고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거창하거나 화려한 에피소드 하나 없으면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정확히 80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는 박사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자신을 기억하지 못해 매일매일을 새로운 사람 보듯 대하는 박사에게 서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어린 루트도 대견했다.




2014.12.09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났고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까지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노인은 10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어쩜 이렇게 유쾌하고 스릴 넘치게 지내왔을까한 세기 동안 세상에는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는데노인은 그 역사적 유명인사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를 갖고 있었다스탈린마오쩌둥트루먼김일성 등과 같은 아주 고위직의 인물들 말이다우리같은 일반인들은 평생을 살아도 이런 사람들을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이 노인은 도대체 어떤 운명을 타고났기에 하는 일마다 이들과 엮이고 친구 혹은 적이 되었는지소설이란 걸 알지만 참 신기하고 부러웠다다사다난했던 100년으로도 뭐가 모자랐는지노인은 자신의 100살 생일에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다시 한 번 갖가지 사건들을 만들어 나간다엄청난 액수의 지폐가 든 트렁크 하나를 훔치는 것으로 시작해서 경찰과 범죄 조직에 쫓기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어찌하다 살인에도 개입하게 되며 듣기만 해도 입이 딱 벌어지는 일들과 마주친다이 노인이 한 발자국을 떼기만 해도 이렇게 알아서 사건들이 터지는 걸 보면 노인이 뭔가 특별한 운명을 가지긴 했나 보다아무튼이 책은 가는 곳마다 엄청난 사건들을 몰고 다니는 폭발물 전문가 '알란 칼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후난 역사적 사실들을 이토록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소설 속에 녹일 수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지금까지 이러한 종류의 책을 안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정말이지 다른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와 이야기를 아주 유쾌한 방법으로 접목시킨 것이다작가의 화법도 마음에 들었다대화체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는 ~했다고 한다.' 하는 식으로 뭔가 살짝 퉁명스럽고 시치미 떼는 듯한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독자에게 설명하는 말투가 재미있게 느껴졌다이 책의 모든 글자와 문장 속에 푹 빠져 읽었던 것 같다다음 번에 또 이처럼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2014.12.26 한국 단편 소설 40


 예전에 가끔 찾아서 읽기도 했었고 학교에서도 몇 번 배운 적이 있는 단편 소설들이지만아무래도 1900년대에 사용하던 말투와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보니 단편 소설에 손이 '자주가지는 않았다그러다 이제 고등학교도 올라가고 하는데 나에게 불편한 글을 언제까지고 멀리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40편만 먼저 읽어보기로 결심했다이 책 속에 담겨있던 작품 40편 중 7편 정도는 이미 읽어봤던 것이라 실제로 새로 접한 작품은 33편 정도라 할 수 있겠다김동인의 배따라기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전영택의 화수분이태준의 꽃나무는 심어 놓고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이청준의 눈길이 정도가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다단편임에도 여운이 짙고내용 전개가 매끄럽고시대적 배경과 주제를 잘 전하고 있어서 한국 단편 소설이 수준급이고 참 괜찮다는 생각에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졌다패기있게 한꺼번에 40편을 읽어보겠다고 덤벼드는 나를 비웃어주기라도 하는 듯이 '모르는 단어'들이 나를 향해 슝슝 날아왔지만그건 단어 바로 옆에 친절하게 적힌 주석들 덕분에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작품을 읽기 전엔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말을 훑어보고 시작했고작품 하나를 읽은 후마다 '생각해 볼 문제'를 보며 구석구석 애매했던 부분을 제대로 다시 짚어볼 수 있었다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순서대로 나와있는 작품 구성을 보며 머릿속으로 정리도 했다그리고 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40편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독했다겉보기엔 그리 두껍지 않아서 만만해 보였는데마지막 장을 읽을 무렵엔 600쪽이 훌쩍 넘어 있었다장편이 아니라 흐름을 계속 바꾸며 읽어야 하는 단편 소설 모음집이어서 조금 숨이 차기도 했지만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다 읽어낸 내가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