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2014.01.02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상실의 시대' 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의 원제가 이 '노르웨이의 숲' 이라 들었다. 그 상실의 시대가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되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원제를 달고 나왔는데, 난 새로 나온 민음사 버전이 더 끌려서 노르웨이의 숲을 읽게 되었다. 분위기가 정말.. 잔잔했다. 문체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언어로 무심하게? 담담하게? 툭툭 문장을 내뱉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게 하루키 특유의 문체인지 번역가의 스타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좋았다. 문체 때문에 와타나베한테 더 깊게 빨려들어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요일에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다' 는 문장이 왠지 모르게 계속 기억에 남는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20대의 청춘과 방황, 막막함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뭐 아직 20대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학생이라 물론 모든것을 이해하고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공감하며 읽으려 노력했다.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나가사와, 하쓰미, 얼마 나오지 않은 기즈키에 심지어 특공대까지 하나같이 다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이 인물에 기댔다가 저 인물이 되었다가 하면서 읽고 내가 나오코였더라면 자살을 했었을까, 기즈키는 왜 죽어야 했을까 내가 와타나베였더라면 나도 결국 미도리를 선택했을까 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한 시절을 회상하며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하지만 아주 가볍지는 않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진짜 20대가 되었을 때, 30, 40대가 되었을 때 다시 읽으면 어떤 것을 느낄지, 같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슬퍼할지 즐거워할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비틀즈가 부른 노르웨이의 숲이 갑자기 떠올라서 책을 다 읽고 찾아보았는데 이야, 이게 65년도 노래였다. 가사는 묘하다. 멜로디도 신나면서 쓸쓸한 것도 같으면서 묘하다. 개인적으로 어쿠스틱 카페의 노르웨이의 숲도 마음에 든다. 영화도 한 번 보고싶긴 한데 평점도 낮고 내 상상속의 와타나베와 미도리를 깰 것 같아서 안 보는게 나을 것 같다. 꽤나 충격적이고 독특한 미도리라는 인물이 영화 속에선 어떨지 궁금하긴 하지만..




2014.01.10 엄마를 부탁해


 '······ 나는 이제 갈라요.' 하는 말이 계속 머리에서 맴돈다. 피에타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가 성당 입구까지 나와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한다는 큰 딸의 마지막 장면도 떠오르고 '당신'이 집으로 돌아와서 '나 돌아왔네' 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써야 할까. 무슨 느낀점이 달리 떠오를까. 그저 읽는 중간중간에 눈물이 고였고 자연스럽게 엄마를 생각했다. 우리 엄마 뿐만 아니라 평생을 자식들에게 희생해온 '', 세 아이들을 돌보는 작은 딸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생각했다. ''가 살던 집의 마루에 앉아있는 ''의 엄마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고 결국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것 말고 글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보자면 호칭이 독특한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거북해서 10장 정도 읽다가 덮었는데 다시 읽기 시작해서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니까 그게 다른 책들과는 구별되는 매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자는 각 장마다 ', , 당신, 그리고 나'로 자신을 칭하는데 난 '당신'이 말하는 3장에 특히 마음이 끌렸다. ', 왔네' 하는데 더이상 아무런 대답 소리도 없고 그 동안의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 깨우치는데 자식들의 입장에서 전개하는 글보다 쓸쓸함, 공허함, 외로움이 더 많이 느껴졌다. ''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내주었으면서도 항상 미안하다, 했다. 하고싶은 것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아갔던 ''를 생각하면 주체할 수 없는 슬프고 미안한 감정이 몰려온다. 그래서 내 결론은... 엄마한테 잘 해야지! 엄마한테 항상 고맙고 또 고맙다. 자주 표현은 못 하지만 가끔은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겠다.




2014.01.12 장발장


 집에 장 발장이라는 책이 있길래 고전인가보다 하고 읽었는데 그게 요즘 계속 영화로, 뮤지컬로, 원작 책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레미제라블' 이었다. 어쩐지 빅토르 위고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익다 했었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은 완역본은 아니고 250쪽 짜리 짧은 요약본이었는데 줄거리 읽는 식으로 쉽게 읽다 보니까 내용에 흥미가 생겨서 금세 읽어버렸다. 책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영화도 보고싶다' 였다. 그래서 바로 봤는데 ost가 아주 그냥 대박이더라. 유명한 ost인지라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내용을 알고 들으니 더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영화에서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기 직전에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이라는 노래를 혁명군들이 부르는데 정말 짠했다. (배우들이 노래를 잘 하셔서 깜짝 놀랬다는 ..) 책과 영화를 모두 보고 저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전 세계 모든 나라도 현재의 나라가 되기 전까진 왕과 귀족들에게만 유리한, 국민들은 전혀 생각해주지 않는 부당한 법을 적용하고 시민들은 장발장처럼 당하고만 있었겠지 하고 생각했다. 물론 장발장이 빵을 훔친 것과 탈옥한 것, 법을 어기고 이름과 신분을 속이고 살아간 것은 잘못이지만 애초에 시민들이 배부르게 먹고 자고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일거리도 많았다면 그런 일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정말 터무늬없는 법을 지키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판틴에게 죄를 씌우려는 자베르 경감이 처음엔 이 이야기 속의 악역이라 여겨지고 싫었다. 그런데 자신을 끝까지 쫓는 자베르를 살려준 장발장을 보고 혼돈하다 결국 자살을 택한 자베르를 보고 나서 그도 마냥 나쁜 인물은 아니었구나, 그저 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정의만을 실현하려다 용서와 자비를 눈감아버리게 된 사람이었구나 생각했다. 다른 인물 중에 코제트와 마리우스도 있는데 난 그보다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딸 에포닌이 마음속에 더 길게 남는다. 에포닌은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마리우스를 위해 코제트의 집 주소를 알려주고, 그래도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자 괘씸한 마음에 코제트의 쪽지를 숨기려다 결국 또 전해주고, 마지막엔 마리우스를 살리려다 직접 총에 맞아 죽는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정말 깊이 사랑한 모양이다. 이 요약본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에는 에포닌의 동생 가브로쉬도 나오는데, 그 아이도 한참 위의 형들과 함께 혁명에 동참하다 죽는다. 나라 꼴이 그렇지만 않았어도 그 어린 아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작품 속에서 테나르디에의 자식들은 저리 이쁜 행동을 하는데 테나르디에 부부는 끝까지 돈에 눈이 멀어 비열하고 나쁜 짓만 골라서 한다. 마지막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미리엘 교주도 생각이 난다. 장발장이 미리엘 교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장발장이 마음을 고쳐먹고 변할 수 있었던건 미리엘 교주가 장발장을 용서하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 원본을 그대로 번역한 것은 5권이라 들었다. 5권 짜리를 이렇게 짧게 줄여놓았는데도 나름 재밌었는데 완역본은 더 재밌겠지... 언제 기회가 된다면 완역본도 읽어보고싶다. 그리고 항상 영국에 가고 싶었는데 만약 가게 된다면 할 일이 또 생겼다. '런던에서 레미제라블 뮤지컬 보기!'




2014.01.20 창경궁 동무


 6학년 때 배유안 작가님께 직접 받은 책인데 그땐 역사가 조금 친숙하지 못해서 책장에 썩혀두다 요즘에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사극에 재미를 붙여 집어들었다. 창경궁 동무는 영조 시대에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후에 정조가 될 세손 이산과 화완 옹주의 양자 정후겸의 이야기를 소설로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정후겸은 몰락한 양반 가문의 아들이라 가난하게 살며 하고싶은 공부도 마음껏 못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기적처럼 부마와 화완 옹주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부마의 병사 후 화완 옹주는 후겸을 양자로 삼았고 그때부터 세손과 후겸의 인연이 시작된다. 세손과 후겸은 함께 놀고 공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자라면서 후겸은 세손을 점점 질투하게 되었다. 분명 자신의 또래이나 세손은 왕의 핏줄이며 왕이 될 사람이고, 자신은 왕이 사랑하는 옹주의 아들이긴 하나 왕족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라 세손과 자신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후겸은 자신이 바꾸지 못하는 것을 빼고는 세손에게 어느 것 하나 지고싶지 않아 했다. 왕과 사도세자의 사이가 점점 나빠지면서 정후겸과 세손의 사이도 멀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왕과 대신들과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는 것을 보고 후겸은 세손에게 동정심이 들었으나 은근히 생기는 기대감을 막지 못하고 욕망 또한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세손은 자리를 지켰고 동궁으로 책봉되었으며 정후겸과의 사이는 완전히 뒤틀렸다. 세손이 왕이 되던 날, 정후겸은 다시 한 번만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갈 수는 없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며 끝이 난다. 정후겸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 정후겸의 내적 갈등이 자세하게 묘사되었고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날 때부터 이미 왕이 될 사람이라 정해진 것이 얼마나 부럽고 질투가 났을까. 동무이지만 동무가 될 수 없음이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리고 자신이 세손보다 나아도 아무리 영특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다가 세손이 칭찬 받을 일을 하면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위하는 궐 안의 사람들이 얼마나 미웠을까.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은 또 얼마나 싫었을까. 친아버지께서 후겸을 부마의 집으로 데려다놓지만 않았어도 후겸은 가난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며 죽을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세손의 자리를 탐할 위치가 되지 못했더라면 정말 죽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하니 딱하고 가여웠다.




2014.01.20 위대한 개츠비


 Midnight in Paris 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F. 스콧 피츠제럴드 역으로 나온다. 딱히 이 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그 배우 때문에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뒤통수까지 맞는 불쌍한 개츠비' 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개츠비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개츠비는 엄연히 불륜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개츠비가 아무리 결혼 전의 데이지를 먼저 사랑했다고 해도 톰과 결혼한 후의 데이지는 유부녀인데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이것도 결국 내가 하면 처절한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뭐 그런 것인지..? 음 어쨌든 개츠비가 불쌍하긴 정말 불쌍했다. 그동안 오직 데이지를 위해 데이지만을 생각하면서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고 그토록 눈길을 끌려 노력했는데 실제로 다시 만났을 때에 '그동안 그리고 그리던 환상 속의 데이지' 와는 조금 다른 데이지의 모습에 대해 느꼈을 약간의 허무함과 씁쓸함, 항상 주변엔 사람들이 있지만 진짜 소중한 사람은 없는 외로움, 데이지가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총 맞아 죽기 직전에 침울하게 수영장에서 튜브에 둥둥 떠있던 모습을 생각하니 더 그랬다. 데이지의 배신으로 치가 떨리긴 한데 난 개츠비의 장례식에 그 많던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는 것에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올빼미 안경을 쓴 사람마저 오지 않았다면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 장례식에 함께 있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한 윌슨과 그에게 개츠비가 그랬다고 넌지시 알려준 톰 뷰캐넌도 정말 짜증나는 인물이다. 읽으면서 나에게 화를 조금 더 북돋운 것이 있다면 번역가의 문체와 표현 방법.. 조금만 더 알아보고 출판사를 고를 걸 그랬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 '엄청난 재미' 는 느끼지 못했다. 혹시 내가 잘못 읽었나 하며 영화도 봤는데 반쯤 보다가 꺼버렸다. 번역가가 이 작품에 대해 '졸라 재미없다' 라고 말했던 고등학생들에 대해 반발심을 느껴 번역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난 그 고등학생들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지루하다' 라고 생각했다. 정말 출판사 잘못 고른 덕이 큰 것인가; 다음에 다른 번역가의 위대한 개츠비도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다.




2014.02.15 연을 쫓는 아이


 책 표지만 보고서 재밌겠다며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재밌다기보단 하산이 아세프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서 읽는 내가 다 숙연해지고 아미르의 배신에 죄책감이 들었고, 아미르와 하산이 실은 이복형제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그 시대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이 실제로 소설에서처럼 참혹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2014.03.29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친구가 열중해서 재밌게 읽고 있길래 빌려달라고 해서 나도 읽었는데 죽음이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제목만큼 심오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책이었다. 수준도 초등학교 5학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왜 중학교 권장도서인지 모르겠는 그런..? 뭐 어쨌든 읽은 후 감상을 두 문장으로 줄이자면, '나도 재준이 같은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를 알차게 즐겁게 살아가야겠다.' 이다. 너무나도 허망하게 죽은 재준이가 참으로 안타까웠고 혼자 덩그러니 남은 유미와의 추억이 슬펐다.




2014.04.06 나는 아버지의 친척


 아무리 뒤늦게 아버지 집에서 살게 되었다지만 가짜 아들인 준석이 앞에서 친딸인 미용이가 아버지의 친척 행세를 해야 한다니 그게 말이나 되냐며 미용이 편을 들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준석이도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가 많은 아이인 것 같아 안타까웠다. 딸의 입장이 되어 아버지가 나에게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하는 바램과, 준석이의 입장이 되어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정말로 말해야 할지, 혹시나 말한다면 앞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동시에 이해되어 나도 같이 심란했다.




2014.04.12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한 책이었는데 학교 도서실에 잠깐 들렸다가 보이길래 냉큼 집어 빌려왔다. 읽어보니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해주게 하는 이야기였다. 다니는 회사 기획부에서 마케팅팀으로 좌천당하고, 가족은 빚을 갚지 못해 늘 항상 불안하고, 아버지마저 그 빚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홍대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다 친구 명훈이의 소개로 '독서 고수'인 첫 번째 멘토 해일을 만나게 되고, 독서의 ''자도 모르는 홍대리가 '100일에 33권 읽기'라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중간에 찾아온 슬럼프마저 잘 극복하고 조금씩 바뀌는 자신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뭔가 2%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홍대리에게 해일은 '1년에 전문서적 100권 읽기'라는 미션을 주었고, 명훈도 홍대리에게 독서 동지로 하영을 소개시켜준다. 홍대리는 하영과 함께 자기 분야의 책 100권을 읽으며 힘차게 공부하기 시작했고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강연까지 하며 1인자가 되기 위한 실력을 천천히 쌓아나간다. 그 미션까지 끝내고 나서 해일의 스승이자 홍대리의 두 번째 멘토가 될 지후를 만나고 이번엔 '100일 동안 CEO 10인 만나기'라는 미션을 새로 받는다. 경영인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그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질문지를 작성하고 배울 점을 받아들이며 홍대리는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1년에 365권 읽기'라는 어마어마한 미션에 도전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내 주변에서도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어라' 하고 말씀해 주시긴 하지만 그렇다 할 큰 중요성은 못 느끼고 그저 잔소리나 오지랖으로만 받아들였었는데, 이 책의 끝부분에 나온 다섯 명의 '1년에 365권 읽기 성공 후기'를 보고 나니 괜히 책을 읽으라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정회일 작가님만 보아도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책을 읽긴 읽되 생각 없이 재미로만 읽지 말고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명훈이처럼 취미로만 책을 읽어서는 전혀 바뀔 수 없지만, 생각하고 실천하고 두 배로 달리면 결국 늘 수밖에 없다. 나도 앞으로 그저 재미를 위한, 남에게 보이기 위한 독서가 아닌, 진정으로 ''를 위한 독서를 해야겠다.




2014.04.19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이야기 전체를 읽어서인지 확실히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내용 이해도 잘 되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이야기 속 이야기'를 보고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되었고 병자호란의 패배의 슬픔을 소설로나마 해소한 것이 조금은 통쾌하기도 했다. 박씨도 박씨이지만 난 박씨부인의 시비인 계화에게도 눈길이 많이 갔는데, 묵묵히 박씨를 응원하고 믿어주고 지켜주는 것 같아 계화에게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2014.04.23 십시일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만화를 통해서 비유적이지만 꽤 자세하게 꼬집어주었다. 만화라 술술 읽히긴 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화나고 부끄러웠다. 정말 많은 내용들에 공감이 갔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를 이토록 차별하는 우리나라에 참 정이 떨어졌다. 내가 만약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절대 그렇게 함부로 대하진 않을텐데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2014.05.05 우아한 거짓말


 마지막에, 반전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지금까지 쓴 이야기가 다 꿈인 것처럼 나오길래 어 뭐지 진짠가 했는데 거기에서 천지가 '나는 갑니다'라고 또 다시 내용을 뒤집어 놓아서 약간 허무한 마음으로 책을 끝냈다. 이야기 속에서 화연이가 싫었고 역겨웠고 이상했고 이해할 수 없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가족에게 관심을 많이 못 받았던 것을 알고 나니 진짜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남겨진 언니 만지와 엄마도 보듬어주고 싶었다.




2014.05.07 유진과 유진


 작은유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지내는듯 싶었던 큰유진이도 영화관에서 건우와의 일처럼 알게 모르게 후유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아동 성추행은 정말 무서운 것이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우리나라는 성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 같다. 성폭력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올바르지 못하다. 당한 사람 잘못이 분명 아닌데도 피해자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런 점을 생각하며 읽으며 화가 났고 나도 혹시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2014.05.07 우리는 공부하는 가족입니다


 요즘 인터넷 서점 신간코너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따끈따끈한 신간 에세이다. 베스트셀러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그럭저럭 좋은 평이 난 책만을 주로 읽었던 내가 이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카트에 담고 주문하기를 누른 까닭은, 'MIT'라는 글자가 눈에 확 꽂혔기 때문이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을 내가 언제부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부터 그 대학교의 건축학과를 막연히 다니고 싶었다. 건축보다는 IT 계열로 꿈이 바뀐 지금도 그 학교가 어떤 곳인지, 무엇을 가르치는지,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그 학교의 컴퓨터공학과가 그렇게 탐이 난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보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그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할 뿐 나는 절대 못 간다는 생각으로 멀리 있는 별을 바라보듯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꿈만 꾸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연우라는 사람은 그곳에 갔다. 그것도 장학금을 받으며 갔다. 친척이 빌린 돈 때문에 생긴 10억이라는 빚더미 속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아버지의 유학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 후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3년 동안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보며 생활하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생활에 익숙해져있던 탓에 첫 번째 시험의 점수는 형편이 없었지만, 미친듯이 공부를 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고, 서울대도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다 수석으로 졸업하고 삼성장학생이 되어 MIT 입학 허가증을 받아 그곳으로 갔다. 동생 상우도 마찬가지로 연세대에 입학하고 행정고시 교육직렬 최연소 합격을 했다. 아 정말.. 다 읽고 나서 그냥 머릿속이 멍해졌다. 가정 탓, 환경 탓은 아무래도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공부와는 정말로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매일 볼펜을 세 자루씩 갈아치우며 공부한다는 문장에서 할 말을 잃었다. 공부라는 건 저렇게 해야되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냥 꿈만 꾸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노력이 없으면 뭘 하든 말짱 도루묵이다. 이 에세이에서 꽂힌 말이 또 하나 있는데, 이건 저자도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라고 했다. 무엇을 할 때, '나름대로''이 정도면'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정말 깊이 공감하고 깨닫게 되었다. '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어, 이 정도면 됐지 뭘.' 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높은 목표를 세웠다면 그만큼 '미친듯이', '죽어라' 노력을 해야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것은, 내 꿈을 위해서는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원칙인 것 같다. 나도 슬슬 고등학교에 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겠다. 말 뿐만이 아니라 진짜로!




2014.05.11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분명히 필독도서 목록에 있어서 읽은 건데 초등학생에게 말하는 듯한 문체여서 당황스러웠다. 독서퀴즈개발도서에서 책을 검색해보니 나오지 않아서 초등학생 목록에서 다시 검색해봤더니 역시 거기에 있었다. 이 책이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든 아니든 어쨌든,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나에게 도움이 조금 되었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더 커지는 이유를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한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노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2014.05.11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마지막 한 문장까지 속도감 있게 읽고나서 책을 덮고 든 생각은 '역시 정유정 작가님'이었다. 7년의 밤에서 맛보았던 긴장감을 여기에서도 조금 느낄 수 있었고,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유쾌하고 디테일이 살아있고 유치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읽기 전엔 '스프링 캠프'를 봄 캠프라는 말인지 캠프를 하고 나서 스프링처럼 뭔가 뛰어오르게 성장했다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는데, 그게 일종의 합숙 훈련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2014.05.19 용의자 X의 헌신


 그 용의자 X가 헌신하여 구한 야스코는 결국 마지막에 자수했다. 좀 허무했다. 책의 끝쪽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이시가미의 헌신이 얼마나 깊었는지, 치밀했는지, 천재적이었는지, 아름다웠는지를 깨닫고 있었는데 야스코의 자수라니.. 차라리 야스코가 구도와 잘 되기를 바랐는데 결국 이렇게 되니 이시가미의 울부짖음이 더욱 슬프고 고통스럽게 들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와 그녀의 딸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했을텐데, 자신의 희생을 끝으로 이제 다 끝났다고 그들을 지켜냈다고 생각했을텐데, 유치장 출입 직전에 눈에 비친 야스코를 보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겠는가. 그저 사건을 짊어지고 형무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제 2의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 다 부질없는 짓으로 돌아가버리는 그 순간에 이시가미는 그렇게 절망과 혼란 속에서 흐느껴 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유가와가 친구의 살인을 머릿속으로 인정했을 때 받았을 충격도 가슴 아팠다. 자신의 유일한 호적수이자 옛친구인 이시가미를 그 길로 영원히 잃게 되었는데 유가와의 마음도 오죽 하겠는가. 두 천재의 상황에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2014.05.21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생활국어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도서실에서 빌려 읽었다. (정말 뜬금없이 생각이 났다.) 우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 하나를 보고 이렇게 도톰하게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신 작가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녀들'은 중간고사를 위해 미술시간에 그림이랑 화가 이름을 슥 훑어보고 별 감흥 없이 그냥 머릿속에 넣었던, 내 눈에는 별다른 특별한 점이 없었던 여러 명화 중의 하나일 뿐이었는데, 글을 읽고난 후 그림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자세히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을 ''를 찬찬히 뜯어 보았다. 놀랍게도, 그려져있는 개 이전에 지워졌을 또다른 개 한 마리와 또 그 전에 지워졌을 개 분장을 한 바르톨로메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실제로 벨라스케스가 그것들을 그렸다가 지웠을 리가 없는 데도 말이다. 내가 느낀 바에 따르면 이 책은 '인권''희망'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작가는 기형아로 태어난 바르톨로메를 통해 장애를 가진 중세 사람들의 처참히 밟히고 무시당했던 인권을 꼬집는 한편, 이런 상황 저런 상황에서 항상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바르톨로메에게 새로운 꿈과 기회가 찾아오는 이야기로 내용 전개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을 일깨워주고자 했을 것이다. , 바르톨로메의 아버지인 후안과 궁 안의 시동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현재 우리들의 시선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반성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술술 읽히긴 했으나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바꾸려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같이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도 길을 가다가 장애인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작가 또한 글을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2014.05.26 1984


 전체주의와 고도의 정보화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소설,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다. 1940년대에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 소설은 현재 우리 사회의 어딘가와 많이 닮아 있다. 소설 속의 텔레스크린, 마이크로폰 등을 보면 이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몰래 카메라가 바로 떠오른다. 윈스턴과 당원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처럼 우리의 사생활도 끊임없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말 그때에 조지 오웰이 예견한 것처럼 우리 사회가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소름 끼쳤던 것은 전체주의에 의해 지배당하고 바뀌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모두 당의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같았다. 당이 과거를 날조하든 말든 이걸 하든 저걸 하든 뭐든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혈연 지연 관계없이 그의 뜻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신고하고 '이중 사고'라는 것을 통해 자신마저 통제하려든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히고 필요 없는 말은 모두 삭제해버린 '신어'라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당에 대해 반박하거나 들고 일어설 만한 생각과 구실을 아예 없애버린다. 반항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없으니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바꾸고, 기록을 제거하고, 당이 하는 모든 것을 무조건 옳게 만들어 버리는데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과거를 끊임없이 당에 좋을대로 조물락거리고 만지니 심지어는 오늘이 몇 일인지 언제로부터 몇 년이나 지났는지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당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까지 지배하려든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은 이에 반발하여 조금씩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일기장에 끼적이다가 줄리아를 만나 당이 금기시하는 사랑을 한다. 또한 당의 내부에서 자신과 뜻이 같아 보이는 오브라이언을 만나서 '형제단'이라 불리는 빅 브라더를 타도하는 모임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은 함정이었다. 윈스턴은 결국 사상경찰에 잡혀 애정부로 끌려 들어가고 온갖 고문을 당하며 자백하고, 사실과 거짓 모두를 말하고, 당의 뜻대로 줄리아마저 배반하게 된다. 윈스턴은 아무리 자신이 옳다지만 개인이 전체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항복하고 파멸당한다. 읽는 내내 침울하고 어둡고 무서웠다. 전체주의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과거를 계속 바꾸어 놓는데도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중 사고를 하여 '당이 사실이라면 사실인 것이다' 하는 사람들을 통해 혹시 지금의 나도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왔다고 어떠한 것이 사실이다, 사전에 나왔다고 이것이 무조건 사실이다 하며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비판적인 시각과 사고를 길러야겠다.




2014.05.30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엔 전혀 평범한 것 같지 않지만) 스스로 평범한 머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글쓴이가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하여 엄청난 노력으로 결국 수석 졸업에다 엄청난 스펙을 쌓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까지 합격한 이야기를 해주는 이 책을 읽고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오기와 끈기, 노력만으로 이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글쓴이가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행하는 여러 프로젝트와 갖가지 과제들을 보며 마치 우리와는 동떨어진 세상이나 되는 듯 느껴졌다. 그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나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더불어 나도 무엇이든 일단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괜스레 마음 속에서 생겨났고, 열정 또한 생겼다. 앞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무언가에 관련된 기회가 찾아온다면, 재고, 계산하고, 걱정하지 말고 글쓴이처럼 일단 지르고나서 나중에 되돌아봐도 후회 없을 만큼 죽어라 노력해야겠다.




2014.06.01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수학의 개념이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 아닌 '수학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실제로 있었던 수학자들과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적 인물들 사이에서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세계 수학 7대 난제에 속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의 삼촌인 패트로스가 그 '골드바흐의 추측'을 상대로 평생을 혼자 씨름하다 결국 마지막까지 그 문제와 함께 하다가 간다. 그 유명한 문제의 내용은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라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보이는 것인데, 아직까지 이것을 증명해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패트로스는 젊은 나이에 그 문제에 뛰어들어 일생을 바치다가 수학자 괴델이 증명해낸 '불완전성 정리' 때문에 좌절하고 의욕과 열정을 모두 상실해버려 결국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나이 여든 가까이 되어서 조카가 자꾸 자극을 주는 바람에 다시 뛰어들게 되고, 그 문제를 정말로 풀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카에게 증명했다고 빨리 와달라는 전화를 끝으로 죽는다. 나는 왠지 패트로스가 결국엔 그 문제를 해결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마지막엔 조카마저 패트로스를 미친 사람 취급해서 괜히 화가 났다. 주인공이 전화를 받자마자 삼촌의 집으로 아주 빠르게 바로 갔거나, 패트로스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증명을 기록을 좀 해두었더라면 죽어서라도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려 한평생 그 문제에 매달려 보낸 일생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수학 소설의 좋은 점은, 여러가지 수학적 지식을 굳이 찾아서 머리에 넣지 않아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골드바흐의 추측, 페르마의 정리, 리만의 가설과 같은 유명한 수학적 난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수학자들의 이름과 업적 등을 전보다 더 잘 알게되었다. 또한 어떤 한 문제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일인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2014.06.05. 수학귀신


 초등학생때 분명 필독도서였던 것 같은데 그때 반쯤 읽다가 덮었는지 중간부터는 내용에 대한 기억이 없다. 몇 년이 지나고 중학교 3학년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작가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수학에 대해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는지 느껴졌다. 대부분이 배운 내용이라 초등학생 때보다 더 이해를 잘 하면서 슥슥 훑어보듯이 읽은 것 같다.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나왔던 '골드바흐의 추측'이 수학귀신에서도 쉬운 말로 나와있어서 반가웠다.




2014.06.10 홍위병


 얇은 책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중국의 공산주의와 관련된 혁명에 대한 것이어서 딱딱하고 재미없겠구나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뒤로 갈수록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고 재미있었다. 글쓴이 션판으로 인해 공산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생각없이 그 '위대한 지도자'를 떠받들고만 있을 것이라는 내 선인견이 깨졌고, 그 사람들의 생활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션판은 중국의 이념과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산촌에서의 혁명 농민 생활부터 마지막의 여권 발급을 위한 노력까지 모두 감동적으로 보았고, 결국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조차 이제 정말 내가 자유인지, 아직도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마음 푹 놓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글쓴이가 지금까지 참고 견뎌내고 해내준 것에 대해 고맙고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학창 시절을 홍위병으로, 젊었던 시절을 원치 않는 직업으로 보내야 했던 시간이 안타까웠고, 아내 리링이 암에 걸려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정말 마음이 아팠다




2014.06.11 열일곱 살의 털


 제목을 보고서 뭐 이런 책이 필독도서 목록에 들어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털은 '머리털'이었다. 딱히 특별한 소재를 가진 것도 아니고 배경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설인데 남은 쪽수가 줄어들어 갈수록 조금 아쉬워졌던 것 같다.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일호의 아버지가 20년만에 짠 하고 나타나 일호의 학교 오광두 선생님 앞에서 일호를 아주 멋지게 변호하고는 당당하게 학교 밖으로 나가는 모습과, 일호의 할아버지가 '별사건'으로 학교 규정을 바꾸려했던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친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에게 권해도 좋을 만한 책인 것 같다




2014.06.19 불편해도 괜찮아


 내가 나중에 보려고 미뤄두고 있는 영화들의 내용도 조금 있어서 혹시 스포일러가 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속의 이야기 중 인권에 관한 내용만 다뤄져서 괜찮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고, 그것이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 인종차별 등을 큰 주제로 하여 그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었는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과 영화에 대한 간략한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의 인권과 ''의 인권을 모두 존중하고 지키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