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낚였다. 유튜버 이연님의 그림 에세이로, 만화의 중간중간 글로 된 산문이 섞인 책이다. 수모와 수영복까지 풀착장을 하고 있는 표지 속의 캐릭터 때문에 당연히 수영에 대한 이야기가 주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연님이 사내 괴롭힘으로 퇴사하고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유튜버로 성공하기 전까지 가난과 싸우며 치열하게 살아간 날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힘겨웠던 시절을 기록하고 그 속에서도 꿈을 좇았던 자신을 보여주고자 쓴 책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나한텐 그 메세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무채색의, 부정적인 상황을 그려낸 만화를 보면 볼수록 그 우울이 나한테까지 물드는 기분이었다.
[문장 옮기기]
내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하다. 흉내를 그만두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한낮의 로데오거리를 걷다가 문득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양쪽에 일렬로 늘어선 가게에서 일하는 모두가 자영업자였다. 다들 회사원이 아니었다. 지하철을 탔다. 이 시간에도 회사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그 증거의 일부였다. 세상에 너무나 많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 회사에 소속될 필요는 없던 것이다.
"인간은 필요한 무언가가 없어서 괴로운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게 삶을 어지럽혀서 괴로운 거라고 생각해."
"속도를 느리게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해요. 그저 빨리만 간다고 잘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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