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일상의 편린

색(色)

2017. 6. 12. 00:05

난 사람들이 무슨 색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항상 무채색이라고 대답한다.

흰색부터 연회색 진회색을 거쳐 검은색까지.

명암만이 존재하는 차가움이 좋다.


갈색 계열도 좋아한다.

단정하면서도 부드럽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깔끔하다.


이외에 또 몇 개 더 꼽아보라면

국방색과 와인색 정도?


잠깐 딴소리 좀 하면

지금까지 국방색을 카키색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전혀 아니더라.

카키색은 탁한 황갈색이란다.

내가 알고 있던 색은 국방색 혹은 쑥색.


아무튼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어둡다.

이상하게 어두운 계열이 참 좋다.

해리의 말을 빌리자면 죄다 곰팡이색 (...)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색도 있다.

분홍색.

공주같고 샤랄라하고 좀 그렇다.

나랑 안 맞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내 물건을 죽 훑어보면

금세 '니 취향이 뭔지 알겠다, 물건에서 확 드러난다.'고 말한다.


색에서도 나타나지만 모양새에서도 그렇다.

대부분 각 잡히고 딱딱하고 도시적이고 사무적이다.

레이스? 리본? 꽃?

그런 건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대충 뭐가 어떤지 살짝 말해보자면

늘 차고 다니는 카시오 메탈 시계,

깔끔한 느낌의 국방색 장지갑과 가방,

필통 속 정갈하게 정돈되어있는 샤프들.


문구점에 파는 천 원짜리 샤프 아니고

파일럿 S20 딥레드

스테들러 920 25-03 05

펜텔 그래프 1000 리미티드2 메탈 블랙

펜텔 그래프 1000 리미티드5 라이트 그린

펜텔 스매쉬 블랙


필기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지고 있는 시그노 색도

모두 어두운 계열이다.

다 똑같은 3색 볼펜에 질려

작년에 제트스트림 프라임도 샀다.

본체가 까리한 은색이다.

내 인생 가장 비싼 볼펜.. 정가 4만원.. ㅎ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물질적인 것 말고도

그냥 내 행동 말투 모든 것에

뭔가 나를 드러내는 독특함이 있다.


올해 처음 사귄 친구에게서

'도희는 그냥 그 자체로 도희다.'

라는 얘기도 들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곱씹어보니 마음에 드는 말이다.


취향 확고, 개성 강함.

나는 내 색깔이 확실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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