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아 읽느라 수고했다. 중반까지 너무 지루해서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갔다. 막판에 탄력이 붙어서 다행이었지. 책 한 권을 가지고 꼬박 한 달을 질질 끌 뻔했다.


 내용은 별 게 없다. 아주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끝없이 경쟁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삶에 관한 생각. 무의미함. 그리고 연보라색 에필로그를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작가의 뒤통수. 으음 그렇구나 그렇게 해피엔딩이구나 하고 넘길 뻔했는데 끝에 도대체 뭐지요? 이게 다 요한이 쓴 소설이라구요? 이 무슨 개똥같은 반전인가 싶었다. 그는 죽고 그녀와 요한이 결혼해서 애 낳고 ('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고 있다는 결말, 도대체 뭐지요. 그래놓고 여전히 요한이 아닌 그를 사랑한다는 그녀의 고백. 내가 꽉 막힌 독자인 건지 작가님이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난 어이가 없었다.


 수능 끝나고 읽은 첫소설. 시작이니까 길었지 앞으론 읽는 속도가 더 빨라질 거야. 잘 해보자.




[문장 옮기기]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지식을 왜 배우는 걸까. 이를테면 f(x+y) = f(x) + f(y)를 가르치면서도 왜, 정작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 것인가. 왕조의 쇠퇴와 몰락을 줄줄이 외게 하면서도 왜, 이별을 겪거나 극복한 개인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는가. 지층의 구조를 놓고 수십 조항의 문제를 제출하면서도 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교육은 시키지 않는 것인가. 아메바와 플랑크톤의 세포 구조를 떠들면서도 왜, 고통의 구조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는가. 남을 이기라고 말하기 전에 왜, 자신을 이기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 영어나 불어의 문법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왜, 정작 모두가 듣고 살아야 할 말의 예절에는 소홀한 것인가. 왜 협력을 가르치지 않고 경쟁을 가르치는가. 말하자면 왜, 비교평가를 하는 것이며 너는 몇 점이냐 너는 몇 등이냐를 외치게 하는 것인가. 왜, 너는 무엇을 입었고 너는 어디를 나왔고 너는 어디를 다니고 있는가를 그토록 추궁하는가. 성공이 아니면 실패라고, 왜 그토록 못을 박는가. 그토록 많은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왜이며, 그 조항들을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그냥 모두를 내버려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냥 모두가 그 뒤를 쫓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러워할수록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누구이며, 보이지 않는 선두에서 하멜른의 피리를 부는 것은


 도대체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