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Hand DEEZ

오랜만에 고른 책들은 하나같이 우울했고

모두 죽음과 관련된 그 무엇이었다.


금요일엔 이방인 완독.

토요일엔 미루고 미루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완독.

일요일엔 인간 실격 완독.


이젠 좀 밝은 걸 읽어야지.

요며칠 어둠에 꿈틀거렸던 나를 끌어올리고

다시 한껏 가벼워져보자.


근데 시험기간이네.

다음에 가벼워져보도록 하자.



2018.11.23 금요일



봉쥬르 키친 메뉴판에서 빠네를 보고

어린애처럼 신나하던 현미니.


나도 빠네는 참 오랜만이라

스프에 눅눅해진 빵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스테이크 맛있더라.



오빠가 스타벅스 쿠폰이 두 장 있다고

한참 전에 말했었는데

오늘 확인해보니 유효기간이 4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얼른 그걸로 카페라떼 한 잔씩 사들고 나왔지.


손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아.

이 날씨에 아이스를 산 너는 몽총이.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 너는 먼저 일찍 잠이 들었다.


21:55 p.m.

민이가 내 옆에서 잠꼬대를 한다.

"사진 찍어줄까? 응? 사진 찍어줘?"

아무래도 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24:55 p.m.

민이가 갑자기 깨서 나보고 안 추워? 하더니

잠 덜 깬 눈을 하고 내 머리를 쓰담쓰담해줬다.



2018.11.24 토요일


일찍 일어나서 민이랑 시내에서 밥 먹고 놀다가

두 시쯤 이누를 만나기로 했는데

대실패했다.


잠이 쏟아지고 나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시간 맞춰 시내에 가기로 했다.




며칠 전 민이가 갑자기

북해도 시라카바 롤케이크 파는 링크를 보내더니

히야 요거오땡 하고 물어봤다.

그러더니 나랑 먹을 거라고 주문했다.


퐁실퐁실 맛있었는데 달았어.

꼭 커피랑 같이 먹어야 하는 디저트.



시내에서 이누 기다리면서 만두 냄새에 이끌려

북촌손만두에 들어갔다.

일단은 고기만두 하나만 시켰는데,

시간도 남고 배도 고파서 나중에 갈비만두를 더 시켰다.


먹고 민이는 지하철 타고 할아버지댁 가고

나는 알라딘에서 책 구경하다가

이누 만나서 골목23으로 갔다.



정말 이름값 하는 게

어떤 골목에 갑자기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예뻤다.



사진만 보고 디저트를 시켰는데

직원이 머랭으로 만든 건데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우리는 이때 말한 머랭이 수플레 팬케익 특유의

폭신폭신한 식감을 말한 거겠거니 생각했다.


근데 포크로 폭 찔렀을 때의 이 느낌은

정말 머랭쿠키를 찌르는 느낌이었고!

포삭- 하는 소리까지 났다.


다행히 맛있었고 토핑이 짱이었다.




인생네컷 찾아 삼만리삼만리 하다가

디스퀘어를 찾아갔다.



새싹컷 찍었는데

내가 처음에 카메라 못 찾고 잘못 쳐다봐서

바보같이 나왔다.

힝구...




전주행 석갈비 최애에애애고.



노래방 갔다가 옷 사러 갔다.

예뿐 니트 하나 건졌다.


오늘도 도이누는 행보카게 잘 놀았읍니다 ~~



2018.11.25 일요일


오빠가 죽는 꿈을 꿨다.

누군가가 오빠가 타고 있는 버스에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내놓고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오빠를 살해했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 측 사건 담당자가

오빠의 신원 확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달라고

학교 건물에 방송을 했고


나는 오빠의 옷차림과 손에 들고있던 것 등으로

담담하게 신원 확인을 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너무 충격을 먹었나.

눈물도 나오지 않고 머리만 아팠다.

정신을 차리느라고 눈만 계속 끔뻑였다.


길몽이랬으니까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


오늘은 하루 종일 책만 읽었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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